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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만찬장을 대피하는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지선 특파원]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 연례 만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31세 남성 콜 토머스 앨런이 산탄총으로 무장한 채 난입한 사건은 표면적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총기 테러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계 최강대국의 심장부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약한 민낯과 아이러니를 여과 없이 보여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가장 눈에 띄는 촌극은 최고 권력자들의 이른바 '탈출쇼'였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아메리카 퍼스트와 강한 미국을 부르짖던 수뇌부의 대처는 각자도생 그 자체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가장 먼저 무대 뒤로 몸을 피했다. 멜라니아 여사 역시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남편보다 먼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다.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쟁반 떨어지는 소리로 착각해 머뭇거리다 대피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굴욕적인 모습마저 노출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안보 수장들은 무려 150초가 지나서야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와 우왕좌왕하는 동선은 트럼프 2기 앞에 펼쳐질 불길한 서막을 보는 듯했다.
황당하리만치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진 배경에는 믿기 힘든 수준의 보안상 커다란 구멍이 존재했다. 대통령과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국방·재무장관 등 국가 서열 최상위권 인사들이 총집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국가 특별 보안 행사(NSSE)'로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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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만찬 총격 사건 용의자 (사진=연합뉴스) |
호텔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조차 없었고 용의자는 태연히 호텔 객실까지 예약한 상태였다. 용의자가 범행 직전 남긴 선언문에서 "내가 이란 요원이었고 M2 기관총을 들고 왔어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경호처를 조롱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비밀경호국은 훌륭했다"며 되레 예산 낭비 논란의 백악관 내 전용 연회장 건설에 대한 명분으로 총격사건을 이용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가장 뼈아픈 아이러니는 대혼돈 속에서 빛난 진짜 의연함의 주체가 트럼프의 최측근이나 안보 책임자가 아닌, 제3자인 언론인이었다는 점이다.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웨이자 장(Weijia Jiang) CBS 선임 특파원 겸 백악관 출입기자협회장은 총성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뇌부들이 혼비백산해 빠져나간 뒤 직접 무대에 올라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대피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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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찬장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에는 백악관 잔디밭으로 이동해 취재를 이어갔다. 이어진 브리핑에서는 맨 앞줄에 앉아 자신도 같이 겪은 총격사건에서 막 대피하고 온 대통령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수뇌부의 허둥지둥한 탈출극과 현장을 지키면서 본연의 임무를 다한 어느 기자의 굳건함. 이 극명한 대비는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마주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은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몸을 숨겼고 현장을 수습한 것은 언제나 그들이 가짜 뉴스라 칭하면서 깎아내리기 바빴던 언론이었다.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트럼프식 스트롱맨 리더십의 민낯이 한 자루의 산탄총 앞에서 허망하게 벗겨진 밤이었다.
알파경제 김지선 특파원(stockmk202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