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박정호, 쪼개기 상장·무리한 고평가 부담에 ‘알짜 SK쉴더스’ 팔아치웠다

김종효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2 07: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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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SK쉘더스)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SK쉴더스의 최대주주가 스웨덴 발렌베리 계열의 사모펀드 운용사 EQT인프라스트럭처(이하 EQT)로 바뀐다. 기존 최대 주주이던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지분 절반가량을 매각한다.

손석우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SK쉴더스 상장 실패 당시 억지로 끌어올린 무리한 몸값은 계속 문제였다”면서 “무리한 몸값보다 더 큰 고민은 쪼개기 상장 논란에서 오는 후폭풍이었기에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쉴더스 사이버보안 관제센터 시큐디움 센터 전경 (사진=SK쉴더스)

 

◇ SK쉴더스 IPO 예견된 실패..무리한 몸값 끌어올리기

SK쉴더스가 IPO 포기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 1000~3만 8800원이다.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 3조 5052억 원이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국내 기업 중 사업 모델이 가장 유사한 1위 기업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 종가 기준으로 2조 1천억 원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쉴더스의 몸값은 매우 고평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쉴더스는 미국 퀄리스와 알람닷컴 등 5개사를 비교기업으로 고른 뒤 이들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에 가중치 적용한 평균치 16.13배를 자사 몸값에 대입했다.

SK쉴더스는 평가 시가총액을 4조7000억 원으로 산정했고, 할인율 25.45~40.43% 적용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한 바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EQT-SK스퀘어의 SK쉴더스 공동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스퀘어)

 

◇ 박정호, SK쉴더스 매각 성공 자화자찬?..쪼개기 상장 논란 더 부담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에서 “이번 투자 유치로 국내 기술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냈다”며 “SK쉴더스의 기업공개(IPO)를 철회해서 아쉬웠는데, IPO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외국 자본을 투자받았다”고 자화자찬했다.

박정호 부회장이 이끄는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원스토어는 물론 11번가와 티맵모빌리티 등 여러 개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상장 심사 당시 예상보다 훨씬 늦게 승인됐는데 쪼개기 상장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상장 심사 기간을 연장시킨 요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당시 SK쉴더스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3개월 동안 심사를 받았고, 원스토어는 약 4개월 만에 관문을 통과했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서 승인까지 통상 45 영업일이 소요된다.

종합해 보면 박정호 부회장의 투자유치 자화자찬과 달리 알짜배기 SK스퀘어는 쪼개기 상장을 포기하고 SK쉴더스 매각으로 논란을 피한 것으로 읽힌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월 SK서린빌딩에서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투자 전문기업 EQT파트너스 콘니 욘슨 회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K)

◇ 발렌베리와 SK쉴더스 공동경영?..SK 홈 IOT 포기 서막

SK스퀘어는 EQT와 공동 경영으로 SK쉴더스를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000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무인 매장, AI 기반 보안서비스 등 신규사업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이한 것은 SKT와 SK쉴더스 간 추진 예정이던 홈 IOT고도화 전략이 빠져있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는 “SK쉴더스 상장의 가장 큰 사업적 목적 중 하나가 고객 안방에 들어가는 단말기였다”면서 “SKT 네트워크와 결합된 SK쉴더스의 홈 IOT 전략은 강력한 고객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매각으로 요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몇 해 전부터 인공지능과 홈 IOT 사업 등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꾸준히 진척시켜 왔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SKT쉴더스의 고객 단말기는 고객의 안방과 거실을 차지해 비즈니스의 중심에 SKT를 위치시키겠다는 전략에 매우 부합하는 조건이었다.

홈 IOT도 SKT와 SK브로드밴드의 고객 유인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기훈 뮤레파코리아 수석파트너는 “보안과 홈 IOT의 결합 계획은 아주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SK쉴더스 매각으로 더 이상의 고도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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