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반복적 약속 파기 '논란'
![]() |
|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과 허희수 사장. (사진=연합뉴스, SPC)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2018년 마약 밀수 및 투약으로 '경영 영구 배제'를 약속받았던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7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 허영인 회장이 노조 탄압 혐의로 재판받는 와중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SPC그룹의 반복된 약속 파기와 윤리 경영 부재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 '영구 배제' 약속…3년 만에 '없던 일'로
SPC그룹은 지난 4일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허희수 사장은 2018년 8월 액상 대마를 국제우편으로 밀수입하고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SPC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3년 만에 휴지 조각이 됐다. 허 사장은 2021년 11월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IT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복귀 논란이 불거지자 SPC 측은 "경영 영구 배제 약속에 대해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사장 승진은 2018년 약속이 여론 무마를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했음을 최종 확인시켜 준 셈이다.
마약 밀수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그룹 핵심 경영진으로 올린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 |
| 17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 승진 명분은 '신분' 비판도
SPC그룹은 이번 인사를 "글로벌 사업 성장과 미래 전략 주도 리더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희수 사장의 경우 쉐이크쉑 도입과 최근 치폴레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허 사장이 복귀 후 주도한 섹타나인의 성과는 그 실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0년 984억원에서 2024년 2467억원으로 외형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자리 잡고 있다. 쉐이크쉑,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그룹 내 다양한 외식브랜드의 딜리버리 및 멤버십 서비스를 도맡은 결과다.
실제 섹타나인의 작년 특수관계자 매출은 138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1%에 달한다.
장남 허진수 부회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가 최고전략책임자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 파리크라상은 2024년 매출 1조9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9% 감소했다.
그가 역점을 둔 미국 파리바게뜨 사업은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성과가 아닌 '신분'에 의한 승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SPC그룹 반복적 약속 파기 '논란'
이번 인사가 더욱 논란인 것은 허영인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지난해 4월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SPC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승진 평가 시 원천적으로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노조 탈퇴 시 인사상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와해시켰다.
허 회장은 구속 5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총수가 노동 탄압으로 법정에 선 상황에서 마약 전과가 있는 아들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SPC그룹은 상장사 SPC삼립이 아닌 비상장사 파리크라상을 정점으로 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주주 감시나 독립적 이사회 기능이 사실상 부재함을 의미한다.
2018년 마약 스캔들 당시의 '영구 배제' 약속과 2022년 노동자 사망 사고 당시의 '안전 경영' 약속은 모두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복되는 약속 파기는 SPC그룹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형식적 구호로만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