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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등 비현금 결제 확산에 따라 국내 현금 이용 비중이 16% 수준까지 급감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지급수단 중 현금 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15.9%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카드(46.2%)와 체크카드(16.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모바일카드 이용률이 12.9%까지 상승해 현금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계좌이체(3.7%)나 선불충전금(2.7%)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았다.
현금 이용 비중은 2013년 41.3%에서 꾸준히 하락했다. 2015년(36.0%)과 2017년(36.1%)에는 30%대를 유지하다가, 2019년 26.4%, 2021년 21.6%로 빠르게 감소했다.
약 10년 전에는 10회 결제 중 4회 이상 현금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1~2회 정도만 사용하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지급수단 선호도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체크카드를 많이 사용했고, 30∼50대는 신용카드 이용률이 높았다. 60대 이상은 현금 사용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한은은 이를 은퇴 후 신용카드 발급 제약과 디지털 결제수단 활용 미숙함 때문으로 분석했다.
개인당 지갑 보유 현금은 평균 6만6000원으로, 3년 전보다 7000원 증가했다. 이는 동기간 물가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9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7만7000원)이 그 뒤를 이었다. 20대는 2만7000원으로 현금 보유액이 가장 적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낮은 편이었다.
한은이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인용한 월드페이 설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2023년 기준 10%로, 주요 40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대상국 평균인 2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현금 사용도가 높은 선진국으로는 일본(41%), 스페인(38%), 독일(36%), 이탈리아(25%) 등이 꼽혔다. 반면 노르웨이(4%), 스웨덴(5%), 핀란드(7%) 등 북유럽 국가와 뉴질랜드(6%), 캐나다(6%), 호주(7%) 등 영연방 국가는 현금 사용 비중이 매우 낮았다.
한은은 "현금 사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인구·사회구조, 문화·역사적 배경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현금 고사용국과 조건이 전반적으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1인당 GDP(2023년 기준)는 약 3만3000달러로, 현금 고사용국 소득 여건과 유사했다.
그러나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지털 기술 경쟁력은 현금 저사용국 수준에 가까웠다. 고령층 비중은 현금 저사용국과, 저소득층 비중은 고사용국과 유사했으며, 인구·국토 면적 대비 ATM 수는 고사용국보다 월등히 많았다.
정부 신뢰도와 위험회피 성향은 고사용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은은 "현금 사용 결정 요인 지표가 고사용국과 유사한데도 우리나라의 현금 사용도가 낮은 것은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과 신용카드 결제 거절을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주도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진행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현금 거래가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화폐 시스템에 대한 신뢰 유지를 위해 실물화폐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