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전 규제 강화에 '건설 붕괴 위기'…DL·GS·대우 등 대형사 3000여명 떠나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0-04 1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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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강화된 안전 규제가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 사고 발생을 우려한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행보로 공사 물량이 감소하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공공사업 퇴출까지 거론되면서 건설업체들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추세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공공사업 참여 요건이 급격히 까다로워지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달 중대재해 발생 업체의 조달사업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가점제를 배점제로 전환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감점을 신설했으며,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던 사고사망 만인율 감점을 50억원 미만 공사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민간참여사업 평가항목에서 안전·품질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기업이 또다시 중대 사망사고를 낼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는 단 한 번의 사고가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규제 강화는 이미 '몸집 줄이기'에 나선 업계의 구조조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6월 말 기준 총 고용 인원은 5만368명으로, 1년 전보다 2,835명(5.3%) 감소했다.

특히 고용 유연성이 높은 기간제 근로자가 1년 새 2,354명 줄어 전체 감원 인력의 82.4%를 차지했다.

▲DL이앤씨에서 607명 ▲대우건설에서 519명 ▲GS건설에서 156명의 인력이 감소하는 등 대형 건설사에서만 약 3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현장 인력 감축 속에서도 안전 관련 조직 확충은 강제되고 있다. 다수의 건설사가 최고안전책임자(CSO) 조직에 힘을 싣고 있으며,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안전 관리에 무게를 두는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CSO 산하에 본사와 현장을 총괄하는 임원을 선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는 CSO를 사내이사로 임명했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안전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공사비용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기 침체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전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비용과 정부가 검토 중인 적정임금제 도입만으로도 현장 운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사비 현실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비용이 늘어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안전사고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경기가 침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행지표와 동행지표 모두 부진하여 내년까지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물량 기준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2023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7월까지 16.5% 감소했다. 건축착공면적 역시 올해 7월까지 12.8% 감소했다.

특히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실제 공사액)은 18.6% 급감하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은 공사 진행 실적을 의미하며 건설기업의 재무 및 고용 현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착공 물량 축소로 인한 충격이 누적되면서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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