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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을 두고 정부의 경제와 안보 수장이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15일 "미국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위성락 안보실장은 하루 만에 "진전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 구윤철 "미국, 우리 제안 받아들일 것"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구 부총리는 '대규모 달러 조달에 따른 외환시장 안전장치 요구를 미국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미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되었습니다.
구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협상 데드라인에 대해선 "국익에 맞는 입장에서 빠르게 되는 게 최고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미 투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달러 조달 시 외환시장 안전장치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저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는 같은 날 워싱턴 재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무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소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와 같은 통화스와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우리는 현재 한국과 대화 중이며 향후 10일 내로 어떤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미 양측 경제수장이 동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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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대상 범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위성락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진전 없다"
하지만 하루 만에 나온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의 발언은 이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16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그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위 실장은 "통화스와프 문제에 현재 진전이 없고 큰 의미를 두거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협상팀과 실시간으로 교감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제하면서도 "미 재무부와 우리 사이 통화스와프는 유제한이든 무제한이든 진전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위 실장은 한미 간 미 재무부를 통한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통화 스와프는 앞서 우리가 제안했고 미국이 이를 붙들고 있었지만, 미국 측에 의해 잘 작동(수용)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통화 스와프가 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이며 다른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입장을 앞서서도 밝혀왔는데 그 부분에 진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규모의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통화 스와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재무부와 우리 사이의 통화 스와프는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진전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위 실장은 "세부 협의에 대해서는 (제가 가진 정보가) 업데이트가 다 돼 있지는 않다"며 "협상팀이 미국에 가 있는 만큼 상황이 가변적"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위 실장의 브리핑 직후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아직 양측이 합의를 하지 않았고, 협의 중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한미 관세협상은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 핵심 인사들의 엇박자 행보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둘러싼 한미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와 안보 분야의 핵심 책임자들이 불과 하루 차이로 상반된 입장을 밝히자, 정부 내부의 소통 부재가 중요한 외교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양국은 통상적인 의미의 통화스와프(양국 간 통화 맞교환) 거래가 아닌 원화를 기반으로 한 대미 투자 실행 방식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