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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도쿄증권거래소 제공)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일본 스타트업 기업공개(IPO)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Growth) 시장의 2025년 IPO 기업 수는 41개사로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6일 전했다.
반면 상장 당시 시가총액의 중앙값은 전년보다 약 70% 증가해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엔을 넘어섰다. 소규모 상장을 줄이고 ‘질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거래소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IPO 시장의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 마지막 IPO로, 기업 대상 전문 컨설팅 업체인 리브컨설팅이 25일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1000엔이었지만, 시초가는 1400엔으로 40%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세키엄 사장은 “상장을 통해 신뢰도를 높여 외국계 경쟁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그로스 시장 상장 기업 수는 41개로, 2024년(64개) 대비 36% 줄었다. 특히 시가총액 100억엔 미만의 ‘소형 상장’은 20개사에 그쳐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반면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기업은 21개사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IPO 시가총액 중앙값은 전년 58억엔에서 102억엔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투자자와 증권사의 ‘소형·적자 상장 기피’ 현상이 꼽힌다. IPO 건수가 사상 최고였던 2021년 무렵에는 적자 상태로 상장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주가가 부진한 사례가 늘어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한층 엄격해졌다. 2024년 적자 상장 기업이 12개사였던 데 비해, 2025년에는 3개사로 급감했다.
한 법인용 SaaS 기업 대표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를 보고 상장 계획을 미루고 있다”며 “주간사 역할을 맡아줄 증권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성장시장 개혁도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는 올해 4월 상장 유지 기준을 기존 ‘상장 후 10년 경과 시 시가총액 40억엔 이상’에서, 2030년 이후에는 ‘상장 5년 후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9월 이를 확정했다. 흑자 전환과 지속적인 성장성이 없으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소형 상장은 줄었지만, 시가총액 1000억엔을 넘는 대형 IPO는 나오지 않았다. 2024년에는 타이미 등 2개사가 대형 상장에 성공했지만, 2025년에는 부재했다. 주식 공모와 매각을 합친 평균 조달 규모는 기업당 약 47억엔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노무라증권의 다다 히로유키 공개인수부 차장은 “자금 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사업 확장을 우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IPO 난립으로 투자 자금이 분산되던 흐름이 바뀌면서, 그로스 시장에 투자 자금이 다시 모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5년 IPO 종목의 평균 시초가 상승률은 49%로, 전년(38%)보다 개선됐다. 기능성 의류 업체 텐셜(TENTIAL) 등 투자자들이 ‘우량주’로 판단한 종목에 수요가 집중됐다.
상장 기업의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IT 중심에서 벗어나 우주, 반도체, 헬스케어, 지식재산(IP)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기업이 늘면서, 개인 투자자 중심이던 그로스 시장에 기관투자가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SMBC닛코증권의 사이토 소이치로 제1프라이빗·기업 어드바이저리 부장은 “1~2년 전만 해도 관심이 없던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그로스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8월 상장한 소형 위성 개발업체 액셀스페이스홀딩스에는 미국 자산운용 대기업 블랙록이 투자 의사를 밝혔고,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에는 M&A나 비상장 주식의 세컨더리(2차 유통) 거래 등 자금 조달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고비용 IPO의 매력은 다소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기업의 회계 부정 문제로 감사와 상장 심사가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026년 IPO 기업 수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Y신일본감사법인의 기업성장서포트센터 선방정의 파트너는 “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시가총액 100억엔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시기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 로보틱스, 바이오, 사이버보안 등 딥테크 분야의 상장이 기대된다”며 “2026년은 그로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