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0% 붕괴' SKT, 단통법 폐지 속 보조금 승부수 던질까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3 08: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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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로 '공짜폰' 부활...11년만의 보조금 전쟁 재연되나
21일 서울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통법 폐지의 첫걸음'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40% 방어선이 유심 해킹 사태로 무너진 가운데, 단통법까지 폐지되면서 11년 만에 본격적인 '보조금 전쟁'이 재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 40% 방어선 붕괴의 충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5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39.29%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4월 40.08%에서 한 달 새 0.79%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가입자 수로는 2249만9042명에서 42만5218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는 23.77%(+0.32%p), LG유플러스는 19.45%(+0.23%p)로 점유율을 확대했고, 알뜰폰도 17.47%로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가 직접적 원인이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해킹이 2025년 4월에야 공개되면서 고객 신뢰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

해킹 사태 이후 위약금 면제 조치가 시행된 14일까지 SK텔레콤을 떠난 번호이동 고객은 83만5214명에 달했다. 순감한 가입자만 60만1376명에 이른다.

여기에 정부가 5월부터 약 50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SK텔레콤은 속수무책으로 점유율 하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40%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의 상징이었는데, 그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중고 빠진 1위 사업자

설상가상으로 22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 11년 만에 전면 폐지되면서 SK텔레콤은 최악의 타이밍에 치열한 보조금 경쟁에 내몰렸다.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 상한과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제한(공시지원금 15% 이내)이 사라지면서 '무제한 보조금 시대'가 열렸다.

이제 통신사들은 자유롭게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고,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페이백'이나 '마이너스폰'도 합법 영역으로 진입했다.

경쟁사들은 이미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일부 KT 매장은 "SKT 개인정보 유출 걱정되시죠? 해킹에서 안전한 KT로 오세요"라는 문구를 내걸며 SK텔레콤의 아픈 곳을 직격했다.

이는 SK텔레콤에게 딜레마를 안겨준다. 과거 '프리미엄 품질'과 '브랜드 신뢰'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해킹 사태로 핵심 경쟁력인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에 끌려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 대응 TF'를 운영하며 시장 과열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당한 차별'의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11년 동안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을 규제해온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오는 22일 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 단통법 폐지로 11년 만 보조금 전쟁 전면전

위기감을 느낀 SK텔레콤은 전례 없는 규모의 보조금 정책으로 반격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총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하며 사실상 보조금 전쟁에 뛰어들었다.

전 고객 2400만명을 대상으로 한 8월 통신료 50% 할인과 함께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매달 50GB의 추가 데이터도 무료로 제공한다.

개별 단말기 보조금에서도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갤럭시 S25'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최대 120만원에 달하는 판매장려금을 투입해 '공짜폰' 마케팅을 주도하자, SK텔레콤 역시 파격적인 조건으로 맞불을 놨다.

SK텔레콤은 주말 사이 일부 유통망을 통해 번호이동 조건으로 최대 13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출고가 115만5000원의 '갤럭시 S25'를 사실상 '마이너스폰'으로 판매하는 수준이다.

점유율 방어를 위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초강수로, 방어적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공격적인 행보다.

이로써 통신 3사 모두 '0원 폰'을 넘어 '차비 폰'까지 등장시키며 11년 만의 보조금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하지만 업계는 과거와 같은 전면적 보조금 전쟁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5G 보급률이 70%를 넘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최근 단말기 성능 향상으로 교체 주기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변수는 통신사들의 사업 방향 전환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AI 분야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AI 컴퍼니'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 30조원 중 AI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소모적 경쟁보다는 미래 투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굳건했던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위기를 넘어 국내 이동통신 업계 전체의 재편을 예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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