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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니)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소니그룹의 금융 자회사 소니금융그룹(Sony FG)이 29일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보도했다.
이로써 소니그룹은 금융 사업을 분리한 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지적재산권(IP) 확보 전략을 가속화하며 ‘엔터테인먼트 종합상사’ 색채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쏠리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건에 대한 효과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니그룹은 “제로에서 IP를 창출하는 데 강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반다이남코홀딩스(7832 JP)의 ‘기동전사 건담’, KADOKAWA의 라이트노벨 등 외부 IP 보유 기업에 잇따라 출자하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보강해왔다.
지난 7년간 IP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1조9000억엔에 달한다. 확보한 IP는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접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최근 행보도 공격적이다. 소니 자회사 크런치롤은 25일,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와 ‘주술회전’을 북미에 공급하는 ‘크런치롤·만화’ 서비스를 10월 9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만화가 인기를 끌 경우, 애니메이션화를 기다리지 않고 영화·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 같은 투자·확장 전략은 일본 대형 종합상사들의 사업 모델과 닮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쓰이물산(8031 JP), 이토추상사(8001 JP), 미쓰비시상사(8058 JP) 등이 원자재·식량·화학물질 매매 중심에서 기업 투자와 사업 확대로 성장 기반을 다졌던 것과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소니그룹을 두고 “엔터테인먼트 종합상사”라고 부른다.
종합상사들은 과거 ‘대기업 디스카운트’ 논란으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워런 버핏의 투자 이후 주가가 상승했고, 현재는 주요 3사의 시가총액이 각각 10조엔을 넘어섰다.
소니 역시 대규모 투자가 늘어난 만큼 효과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쓰이물산이 올해 2월 호주 철광석 권익에 8000억엔을 투자하면서 예상 현금흐름 증가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과 대조된다.
소니그룹은 주요 인수 자회사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요 지표로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IP 투자가 얼마나 현금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해 투자 정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야마토증권은 9월 소니그룹 투자의견을 최상위인 ‘매수(1)’로 상향 조정했다. 이노마타 아야카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업 가치와 주가 간 격차가 존재한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적절히 평가할 만큼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점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소니는 사업 간 연계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9월에는 사내 인재 매칭 시스템 ‘폴리네이터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게임 사업의 기술을 영화 분야에 적용하는 등 200건 이상의 인재·지식 매칭을 성사시켰다.
이는 미쓰이물산이 약 9000명의 임직원 기술·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새로운 사업 창출을 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소니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4578엔으로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금융 분리 효과로 주가 하락 압력이 존재하며, 글로벌 비교 기업인 미국 월트디즈니와의 시가총액 격차는 1조엔 이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고, 버핏과 같은 대형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