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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여세린 기자]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이 제기한 229억 원 규모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이 1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유사한 쟁점으로 소송 중인 현대차와 기아의 재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이진화)는 지난 8일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 135명이 낸 229억 원 규모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민은행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1차 임피제)를 시행해왔다.
정년을 연장해 임피제를 실시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대로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한다’는 운영지침에 따라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임금을 50%로 줄였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2016년 이러한 ‘정년연장형’ 임피제를 ‘정년유지형(2차 임피제)’으로 변경했다.
기존에 있던 ‘정년을 연장하되’라는 문구를 빼고 이전과 동일하게 55세부터 임금을 절반으로 깎는 임피제를 운영한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임에도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은행측은 “2차 임피제는 고령자고용법 시행으로 정년이 개정됐을 뿐 1차 임피제와 근본적으로 같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게 아니다”라고 맞서왔다.
결국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연령이 되면 실시되는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더 불리한 근로조건에 해당함은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를 변경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회사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지급했을 수준의 임금 및 퇴직금,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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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임피제를 둘러싼 이번 판결은 유사한 쟁점으로 다투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재판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기아 퇴직 간부 77명은 회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38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퇴직 간부 32명은 지난해 12월 회사를 상대로 16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취업규칙을 개정해 임피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아 관련 변경은 무효라는 것이 퇴직 간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이 현대·기아차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길우 법무법인 태신 대표변호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의 경우와 얼마나 유사한지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지만 “법원이 유사한 내용의 사건에서 이와 다른 판결을 내는 것엔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판례를 뒤집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취업규칙을 노동자에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가 다수 있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쟁점을 둔 근로자들의 입증 부담을 덜게 해주며 유사 소송이 잇따르는 등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파경제 여세린 (seliny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