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李 대통령 "약탈금융" 직격했지만…신한·하나·기업·국민 등 상록수 채권 매각, 대부업체 반대 땐 좌초 위기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2 15: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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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총회 만장일치 규정, 9개 주주사 중 1곳만 버텨도 채권 이전 불가
23년째 7000억 추심하며 420억 배당 잔치…정부 설득 외엔 강제 수단 전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며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직격하고,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이 잇달아 채권 매각을 선언했지만,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의 실제 이전 여부는 지분 30%를 쥔 정체불명 대부업체 3곳의 손안에 달려 있다.


상록수 정관이 '사원총회 만장일치' 결의를 요구하는 구조에서,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대부업체 한 곳의 거부만으로도 9만 명의 채무자 구제는 다시 좌초된다.

◇ '만장일치' 함정…은행권 매각 선언에도 첩첩산중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록수의 주주 구성은 신한카드(30%),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대부업체 3곳(각 10%, 합계 30%) 등 총 9개사다.

이 중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은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내부 검토에 착수했고,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은 현재 지분만 남아 있고 채권 잔액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굳이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는 지분만 보유할 뿐 현재 상록수에 채권 잔액이 없어 매각 대상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카드와 대부업체 3곳이다.

우리카드는 "자산 규모 등 관련 검토자료를 요청했고 향후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확보되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매각 결정도, 거부도 아닌 유보다.

반면 30%를 보유한 대부업체 3곳은 이날 취재에서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상록수 정관에는 '사원총회의 결의는 총 사원의 동의에 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장일치 규정이다. 9개 주주사 중 단 한 곳이 반대해도 채권을 새도약기금으로 넘길 수 없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러 기관이 모여 만든 주식회사다 보니 주주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표면적 이유, 아무래도 이익이 뒤에 자리잡은 측면이 있어서 소극적"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인정한 상황이다.

업무 수탁자인 한국산업은행은 현재 매각 절차를 위한 상록수 사원총회 개최 문서를 접수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원총회가 실제로 열려도, 대부업체 3곳 중 하나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총회 결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년 이어진 '약탈적 추심'…구제 외면하고 420억 배당 잔치

상록수는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폭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신한카드·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SPC)다.

신용불량자들의 경제적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설립 취지와 달리 상록수는 23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채무자들에게 추심을 이어가고 있다.

상록수가 보유한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만 명, 7000억원 규모다. 상당수는 카드대란 당시 수천만 원이었던 빚이 이자가 쌓여 수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인이 된 연체 이용자들은 이자가 늘어서 몇천만 원이 몇억 원이 됐다고 하더라"면서 "국민 정서로 죽을 때까지 열 배, 스무 배 늘어나도 끝까지 갚으라는 게 맞느냐"고 질타했다.

상록수 주주사들이 새도약기금 이관에 소극적인 이유는 결국 수익이다.

상록수 출자사들은 채권 추심을 통한 원리금 회수로 5년간 약 420억 원의 배당을 챙겼다. 신한카드는 약 126억원, 10% 지분 보유 주주사 각각은 약 42억원씩을 가져간 셈이다. 대부업체 3곳도 합산 약 126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추심업체 MG신용정보는 상록수 채권 추심으로 성과 수수료를 포함해 매년 약 79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연간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백몇십억 원의 배당을 받으면서도" 추심을 이어간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상록수는 당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운영을 종료하는 구조였으나, 후순위채 만기를 두 차례 연장해 운영기간을 2027년까지 늘렸다.

신용불량자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수익성이 유지되는 한 사업을 접지 않겠다는 꼼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정부 압박에도 강제력 한계…대부업체 설득이 관건

대부업체 3곳은 상록수 지분의 30%를 보유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 구조상 제도권 금융사들이 모두 매각에 동의해도 대부업체 3곳 중 하나가 반대하면 사원총회 결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부업체는 장기 연체채권을 두고 정부와 가격 갈등을 이어왔다.

정부가 새도약기금에 제시한 장기 연체채권 매입가율은 액면가 대비 약 5% 수준이지만 대부업체는 민간시장 거래 기준인 20~25%를 고수해왔다.

상록수 내 대부업체 3곳도 같은 논리로 채권 이전을 거부할 경우 제도권 금융사들의 매각 의지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매입채권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새도약기금 참여 여부를 허가 심사의 '사회적 신용'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새도약기금에 협조하지 않는 대부업체의 영업 라이선스에 제동을 걸겠다는 압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상록수 사원총회 결의와는 별개의 절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구의 주주들을 직접 만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강제 조치 없이 설득에 의존하는 구조다.

상록수 운영기간이 2027년까지 연장된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설득이 실패할 경우 9만 채무자는 최소 1년 이상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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