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농협, 강호동 회장부터 지역 조합장까지…리더십 총체적 붕괴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5 08: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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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뇌물·부회장 기소·NH투자증권 20억 불공정거래
상호금융 연체율 19% 육박, 조합장 비리도 끊이지 않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강호동 중앙회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이어 부회장 기소, NH투자증권 간부의 불공정거래 적발까지, 농협이 리더십 전반의 신뢰 추락은 물론, 조직 전체의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

◇ 강호동 회장은 출국금지…지준섭 부회장은 기소

경찰은 지난달 30일 1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출국금지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강 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농협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시기 업체 측이 사업 편의를 봐달라며 금품을 건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유통이 지난해 10월 24일 경비·미화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취소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용역업체는 올해 농협에서 39억6700만원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입찰 취소 후 재공고 없이 금품을 건넨 업체가 수의계약을 따낸 셈이다.

강 회장은 여러 의원의 추궁에도 "경찰 조사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같은 날 검찰은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불법 대출과 관련해 NH농협은행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 부회장은 강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에 선임된 핵심 측근이다.

부동산개발업체 서영홀딩스가 허위 서류로 149억원을 부당 대출받는 과정에서 지 부회장이 농협은행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보은 인사' 논란도 거세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농협 상무급 22명 중 18명이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이라며 "경찰 압수수색은 내부적으로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인사를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앉힌 정황도 드러났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NH투자증권 20억 불공정거래 파문

농협 계열사도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달 28일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이 최근 2년간 회사가 주관한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정보를 직장 동료와 지인에게 반복적으로 유출해 약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공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 상승 후 전량 매도하는 방식을 썼다. 차명 계좌를 수시로 변경하며 단속을 피했고, 임원과 정보 이용자 사이에 주식 매매 자금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금전 거래도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거래 척결을 위해 출범시킨 합동대응단의 '2호 사건'으로 지목됐다.

NH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뤄진 공개매수 55건 중 28건을 주관하며 공개매수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합동대응단은 "금융회사 고위 임원이 정보 우위를 악용해 자본시장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 범죄"라며 "엄정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NH농협은행)


◇ 상호금융 부실 시한폭탄

농협 상호금융의 부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농협 상호금융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19.23%를 기록했다.

공동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5%에서 2022년 1.88%, 2023년 7.41%, 2024년 13.6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체 금액은 지난해 말 3조160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4조4400억원으로 반년 만에 1조2800억원 급증했다.

상업시설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은 28.43%에 달한다. 금융기관 담보 대출의 4분의 1 이상이 연체되는 상황은 경제위기 때가 아니고서는 찾기 어렵다.

개별 농협은 동일인 대출 제한으로 50억원 이상 대출을 하지 못하는데, 여러 농협이 모여 대주단을 구성하고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해 공동대출 형태로 취급하다가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를 통한 자금 운용 수익률이 연 1.0~1.5%에 그치자, 최소 연 4~5%의 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공동대출에 나섰다가 부실 채권만 쌓은 것이다.

전국 1118개 지역농협의 추정손실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516억원으로, 2022년 말(4452억원)보다 46.4% 급증했다. 의성축산농협은 1년 만에 추정손실이 6700만원에서 58억원으로 80배 증가하는 등 일부 조합은 사실상 '부실 조합' 수준으로 전락했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합장 비리에 금융사고까지

지역 조합장의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 한 농협 조합장은 8년간 직원을 개인 밭에 보내 밭일과 제초 작업을 시켰지만 중앙회 감사에서 적발되고도 받은 징계는 '직무정지 3개월'에 불과했다.

농협중앙회는 비위 조합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최종 징계 수위는 해당 조합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조합장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사회로부터 셀프 징계를 받는 구조다.

경기 인천의 한 조합장은 여직원 성추행 사실이 중앙회 감사에서 확인됐음에도 전국 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고, 1년 뒤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나서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전국 조합장 선거법 위반 사례가 4078명이고 이 중 60%가 기소됐다"며 "돈선거"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은 2023년 선거에서 전 조합원에게 금 15돈 지급과 무료 해외 견학을 공약으로 내걸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도 심각하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농협은행 금융사고 적발액이 802억원에 달한다"며 "지난해에만 19건 45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올해 8월까지도 8건 275억원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명동지점 소속 과장보가 허위 대출로 16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농협 안팎에서는 회장 교체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장 카르텔과 무력화된 내부통제, 방만한 경제사업 구조 등 시스템 자체가 부패를 양산하는 구조라는 평가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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