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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운 편집고문 (사진=알파경제) |
[알파경제=이창운 편집고문] 최근 NH농협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직원 1인당 생산성과 영업점당 효율성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1인당 4억 원대의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을 낼 때 농협은행은 2억 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에 사활을 거는 경쟁사들과 달리 오히려 직원이 늘어났다는 점도 지적을 받았다. 재무제표와 통계에 익숙한 시장의 눈으로 보면 분명 낙제점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농협은행을 다른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로, 오직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단어로만 재단하는 것이 온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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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여 화려한 숫자를 만들어내는 동안, 이면에는 씁쓸한 그림자가 짙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점포들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고 금융에 취약한 고령층은 단순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특히 금융권의 핵심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을 떠올려 보면 농협은행이 짊어진 무게는 더욱 선명해진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모바일 플랫폼으로만 운영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중심의 생태계가 굳어진다면 초고령화가 깊게 뿌리내린 농촌 커뮤니티의 금융 접근성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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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글씨를 읽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일은 농촌의 고령층에 혁신이 아니라 거대한 철벽이다. 모바일 앱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대면 창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누군가에게 일상적인 송금조차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심각한 금융 소외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 같은 벼랑 끝의 빈자리를 농협금융이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들이 점포와 인력을 유연하게 줄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금융 소외 지역을 포괄해야 하는 태생적 사명 때문에 줄이지 '않는' 것에 가깝다.
수익성만 따졌다면 진작 폐쇄했을 산간벽지의 영업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금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뿌리는 일반 상업은행의 DNA와 다르다. 농업인과 농촌 지역 사회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성을 지닌다.
이들이 창출한 수익은 단순히 주주들의 배당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업지원사업비 등을 통해 다시 지역 사회와 농민들에게 환원된다. 상업적 이익 극대화가 지상 과제인 일반 시중은행들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달리 농협은행은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
따라서 농협은행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겉보기의 비효율은 단순한 비용 낭비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마땅히 분담해야 할 금융 안전망을 유지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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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만약 농협은행마저 냉혹한 생산성과 디지털화 논리에 밀려 지방의 점포를 모두 닫고 모바일 앱 속으로 숨어버린다면, 그 즉시 대한민국 지역 경제와 농촌의 모세혈관은 괴사하고 말 것이다.
농협은행 역시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방만하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한들 그들의 혁신이 향해야 할 종착지는 단순히 시중은행과의 1인당 이익금 경쟁이 아니다. 농협은행만이 할 수 있는 포용적 금융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농협은행의 진짜 가치는 차가운 엑셀 시트 위가 아니라 이 땅의 흙냄새 나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 인터넷의 속도전 속에서 홀로 남겨질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그 '따뜻한 비효율'을 이제는 맹목적인 비판 대신 든든한 사회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창운 알파경제 편집고문
-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장, 감독조정국장, 거시감독국장
- ㈜리&인사이트 컨설팅 대표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