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영섭 KT 대표, '서버 파기 의혹→소액결제 해킹'에도 침묵…리더십 논란 확산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1 08: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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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기지국 해킹·서버 파기 의혹까지...278건 피해에도 한 마디 사과 없어
SKT와 정반대 행보…'재무통' 출신의 한계 노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정부-이통사 AI 투자협력 선언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통신 역사상 전례 없는 '유령 기지국' 해킹 사태와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도 김영섭 KT 대표가 끝내 침묵을 지키며 리더십 부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사 최고경영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사과와 구체적 대책을 내놓은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재무 전문가' 출신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현재까지 김영섭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연이어 터진 KT 보안 사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공식 사과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정부가 민관합동조사단까지 구성한 중대 사안임에도 최고 책임자는 모습을 감췄다.
 

kt 판매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국내 최초 '유령 기지국' 해킹에도 대표 실종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KT가 자체 집계한 피해 규모는 총 278건, 피해액은 1억70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KT 침해 사고는 이용자 금전 피해가 발생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민관 합동 조사단이 KT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펨토셀의 접속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령 기지국' 해킹은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 됐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긴급 점검한 결과, 두 회사에서는 불법 기지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사태가 유독 KT의 망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악성 앱 설치나 스미싱 경험 없이, 주로 새벽 시간대 모바일 상품권 구매 등의 방식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KT는 무단 소액결제 피해액 전액을 이용자에게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KT 관계자는 전체 이용자에게 문자 메시지 등 개별 고지를 할 계획에 대해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통신망 자체가 뚫린 초유의 사태와 걷잡을 수 없는 피해 확산에도, 김 대표는 단 한 차례의 공식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KT는 지난 8일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사고를 신고하는 등 늑장 대응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T 무단 소액결제 침해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버 파기 의혹까지…위기관리 능력 '의심'

김 대표의 침묵은 더욱 의혹스러운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KISA가 7월 19일 KT 원격상담시스템 서버 해킹 의혹을 공식 통보한 지 불과 13일 만에 해당 서버가 파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초 KT 계획상 이 서버는 신규 시스템과 1~2개월 병행 운영 후 8월 21일 이후 폐기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부 조사 통보 직후 갑작스럽게 8월 1일로 앞당겨 폐기됐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정부기관의 해킹 의혹 통보를 받은 뒤 문제의 서버를 폐기한 것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포렌식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KT가 법적 책임 최소화에만 급급해 진실 규명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런 중대한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김 대표는 해명이나 사과는커녕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 KT의 반복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2012년 870만명, 2014년 1200만명)에서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았던 '면죄부 문화'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 지하철역에 설치된 소형 KT 이동통신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 SKT와 극명한 대조…'소통 부재' 리더십

김 대표의 침묵은 유사한 보안 사고를 겪은 경쟁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SK텔레콤은 올해 유심 해킹 사태 당시 유영상 대표가 직접 해킹 정황 인지 일주일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19일 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반면 김 대표는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해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공식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1959년생인 김 대표의 리더십 DNA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LG에서 39년간 재무 업무를 담당한 그는 통신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로 발탁됐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10개월 만에 6명의 직원이 연이어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AI에 올인하겠다'며 통신 인력을 대량 감축했지만 정작 정부의 국가대표 AI 사업 5곳에서 모두 탈락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KT새노조는 "김영섭 대표는 국민 앞에 무너진 보안과 반복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통신 기본 책무조차 다하지 못한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지키는 한, KT의 위기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대표의 지속되는 침묵은 이제 기술적 실패를 넘어 리더십 자체의 실패라는 더 큰 위기를 낳고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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