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홍민택 CPO가 직접 지시→토스 낙하산 영입"…카카오 직원들, 내부 폭로 잇따라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9 08: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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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택이형이 다 지시했다"…카카오 내부서도 거센 반발
"광고 넣을 공간 없다"던 13년 전 약속은 어디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카카오톡의 15년 만의 대대적인 개편을 둘러싸고 회사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톡 업데이트와 관련해 "(홍)민택이형이 하나하나 다 지시한 거다. 이번 카톡 업데이트는 1인 기획 작품으로 봐달라"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

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일방적 결정에 현장 실무진의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 "홍민택 1인 기획 작품"

홍민택 CPO는 지난 2월 카카오에 영입됐다. 토스뱅크 초대 대표로 21개월 만에 월간 흑자 전환을 이뤄낸 그는 카카오 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전체 임직원 4000여명의 절반 수준인 약 2000명 조직을 총괄하는 홍 CPO는 영입 후 6개월 만에 회사 주요 제품 대부분의 개발에 관여하게 됐다. 카카오의 메시지·지도 도메인, 제품 분석 및 디자인 부서 등 핵심 부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문제는 이번 업데이트의 결정 과정이 하향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작성자는 내부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는 "욕 신나게 해도 되는데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줘. 그냥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 위에서 민택이형이 하나하나 다 지시한 거야. 이번 카톡 업데이트는 여러 기획자들이 부딪혀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1인 기획 작품으로 봐달라"고 토로했다.

다른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 또한 블라인드를 통해 '빅뱅'으로 불린 이번 개편 과정의 문제점들을 상세히 폭로했다.

그는 CPO와 외부에서 영입된 이른바 '토스 낙하산'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일방적으로 업무를 지시했으며, 이로 인해 "야근을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의 과도한 초과 근무가 강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번 업데이트가 예견된 실패였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작성자는 "기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실무자들에게는 (카르텔의) 조리돌림과 사내 괴롭힘이 돌아왔고, 의견은 철저히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사용자 테스트(UT) 결과가 처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데이트가 강행됐다"고 덧붙여, 내부 경고를 무시한 독단적 의사결정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카카오 공식 유튜브 채널도 댓글 사용을 제한하며 여론 차단에 나섰다. 업데이트 소개 영상들은 모두 '댓글이 사용 중지되었습니다'라는 안내만 뜨고 있다.
 

카카오톡. (사진=연합뉴스)


◇ "광고 넣을 공간 없다"던 13년 전 약속 재소환

지난 23일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친구 탭이 기존 가나다순 목록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격자형 피드로 바뀌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업무상 저장된 직장 상사나 거래처 연락처의 사생활까지 메인 화면에 노출되면서 "상사 얼굴이 4시간째 안 사라진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결국 자동 업데이트 차단법까지 확산됐다.

카카오가 이러한 사용자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업데이트를 강행한 이유는 광고 수익 확대로 분석된다.

드형 전환의 핵심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존 목록형에서는 어려웠던 영상 광고 등을 친구 게시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배치해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처럼 긴 체류 시간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수익 우선주의 행보에, 과거 카카오가 올렸던 공지까지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13년 전인 2012년 5월 해당 공지에서 카카오는 "유료화할 계획이 전혀 없다.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다. 카카오팀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사용자들은 "지금은 가난해졌나 보다", "큰 돈 만지면 변한다"는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카카오톡 친구 탭 업데이트. (사진=카카오)


◇ 나흘만 시가총액 3조원 증발

카카오의 수익 구조는 실제로 광고 의존적으로 변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매출은 매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로 돌아서며 수익성 악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4700만 명에 달함에도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를 보이자, 더욱 공격적인 광고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이런 압도적 지위에 안주해 사용자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 변화를 강요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 정도 변화는 카카오톡 역사상 없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용자들의 불만은 온라인 여론에만 머물지 않고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업데이트 전날인 22일 6만64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불과 나흘 만인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 10.7% 급락한 5만9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3조원 넘게 증발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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