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고은 기자] 고(故) 김수미 배우의 40년에 걸친 비공개 일기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일기는 화려한 연예계 생활 뒤에 숨겨진 그의 내면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2일 출간된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이 책은 1983년부터 김수미가 작성한 일기를 엮은 것이다. 유족 측은 김수미의 말년 고통을 지켜본 안타까움에서 이 일기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며, 책의 인세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일기에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김수미의 솔직한 내면이 담겨있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의 삶 이면에 있던 고통과 슬픔, 가족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김수미는 일기에서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다"면서도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청소년들에게 제 삶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이는 그의 삶의 경험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김수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식품 회사인 나팔꽃 F&B를 둘러싼 갈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의 아들 정명호 씨가 회사 관계자를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발단이 되어,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김수미는 이 시기에 대해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난 한달 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봐 애태웠다"고 기록했다.
말년에 김수미는 공황장애로 고통받았지만, 회사의 압박으로 인해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 이 방송이 바로 김수미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었던 그 방송이었다.
김수미는 일기에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 "어제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적었다.
그의 딸 정 모 씨는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도 에너지 소모가 큰 게 홈쇼핑인데 압박 속에서 하시려니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5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일기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고 놀고 참으면 어떤 대가가 있겠지", "연기로 70년 만에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해서 본떄를 보여주지", "너무나 연기에 목 말라 있다"는 등의 표현은 그의 끊임없는 연기 열정을 보여준다.
김수미는 2024년 10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일기는 한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김수미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경제 이고은 기자(star@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