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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CI(왼쪽)과 영풍CI. (사진= 연합뉴스) |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펀드 자금 유용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고려아연이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최윤범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출자했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23일 “이번 판결은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최윤범 회장 체제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붕괴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는 지난 21일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이 일반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원아시아 펀드가 최윤범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특수관계자 펀드’였음을 명확히 한 부분이다. 최윤범 회장은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와 중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져 있다. 즉,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출자가 통상적인 회사 자금 운용이 아니라는 것이 인정된 셈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2019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당시 최윤범 대표이사 사장 취임 직후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600억 원을 출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상장사라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이사회 보고, 리스크 심사, 외부 실사 등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 이사회 또한 사전·사후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고려아연은 원금 회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영풍 관계자는 “지창배 대표가 펀드 자금을 유용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고려아연의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내부 감시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회사자금이 회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운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또한 “출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지창배대표의 펀드 자금 횡령 사실을 고려아연이 알고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과했다는 정황을 의미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실상 단일 LP(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는 GP(운용사)로부터 상세한 투자 보고를 받기 때문에, 자금 흐름의 이상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보유했던 8개 펀드 중 6개 펀드에 대한 고려아연의 출자 지분율이 96.7%에 이르는 만큼, 고려아연이 사실상 단일 LP로서 지창배 대표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 또한 “이번 지창배 대표 유죄 판결은 단순히 펀드 대표 개인의 범죄에그치지 않는다”라며 “최윤범 회장 체제의 고려아연이 얼마나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만큼 주주가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을 최 회장 및 경영진에게 엄격히 물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알파경제 문선정 기자(press@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