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박근문 노조위원장 "마사회 이전 말산업 붕괴"...내주 '이전 대응TF 운영 방안 논의' 가동

김영택 기자 / 기사승인 : 2026-03-09 16: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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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500억 적자 추산...'유일한 흑자 기지' 과천 상실은 곧 파산 선고
태릉·용산·과천 시민과 연대...범시민 공동 투쟁으로 불통 행정 저지
1인 시위부터 대규모 집회까지..."단순 장소가 아닌 산업의 가치 지킬 것"
정부 임명장과 현장의 진실 사이...우희종 회장, '중간자' 넘어 결단할 때
다음 주 출범할 노사 공동 TF...단순 대응 넘어 ‘미래 비전’ 재설계
박근문 마사회 노동조합위원장.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지난 2월 제39대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한 우희종 회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거센 풍파에 휩싸였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수도권 주택 공급’의 희생양으로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이 지목되면서, 우 회장은 정부의 정책 집행과 조직의 생존권 사수라는 절체절명의 선택지 앞에 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방 주도 성장’과 ‘수도권 주택 안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9일, 과천 경마공원 부지(115만㎡)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통합 개발해 약 9,8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정부로서는 수도권 알짜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상태입니다.

반면 마사회 노동조합을 비롯해 산업계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못해 적대적입니다.

마사회 노동조합을 포함한 5개 노조는 지난 2월 말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충분한 협의 없는 이전은 사실상 집단 해고이자 말 산업 전체의 폐허를 부르는 일”이라며 삭발 투쟁까지 감행했습니다.

특히 임직원들은 서울 경마장의 지리적 이점이 사라질 경우 매출 급감은 물론, 한국 경마 산업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근문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은 알파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마권세 수입이 반토막 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국내 경마 산업 구조적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사회는 내주 ‘경마장 이전 대응 TF(가칭)’를 개최하고, 청와대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다음은 박근문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 인터뷰 전문>

1. 정부가 과천 경마공원 부지에 9,800호 주택 공급을 발표하면서 마사회 측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발표 직후 위원장님이 느끼신 감정과 노조 내부의 첫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마사회 이전 관련) 정부와 사전에 어떠한 실무적 협의나 대비를 할 수 있는 소통 창구는 전혀 없었습니다. 뉴스를 접한 직후 모든 임직원이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죠. 사실 돌이켜보면 불안한 전조는 있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9·7 대책’ 등을 통해 도심 내 유휴 부지 활용 계획이 조그맣게 언급되더니, 곧이어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 현황을 제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전수 조사가 시작된 셈이죠.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가격 급등 때마다 마사회 부지 활용론이 심심치 않게 나왔기에 ‘설마’ 하는 불안함이 늘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뉴스 한 줄로 운명이 결정될 줄은 몰랐습니다.

2. 위원장님께서는 이번 이전 계획을 ‘말 산업 사형 선고’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과천을 떠나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적인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과거에도 부지 활용에 대한 내부 논의는 있었지만, 현실성이 없어 백지화되었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실전 조사와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말 산업 사형 선고’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 이유는 마사회의 특수한 수익 구조 때문입니다.

마사회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이 아닙니다. 고객들이 레저를 즐기며 내신 돈으로 운영비와 세금을 충당하고, 남은 이익금을 축산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구조입니다. 즉, 우리는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객 접점이 생명인 ‘유통·서비스 산업’과 같습니다. 백화점이 고객이 찾기 힘든 오지로 가면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3. 과천, 부산, 제주 등 3곳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의 경우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천 경마장이 이전시 매출이나 인원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현재 한국 마사회는 과천, 부산, 제주 세 곳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흑자 경마장’은 과천이 유일합니다. 부산과 제주는 구조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탱하는 것이 바로 과천의 ‘수도권 배후 수요’입니다. 제주에서 경기를 해도 그 영상을 서울(과천)로 송출해 수도권 고객들이 베팅을 해주어야만 그 수익금이 지방으로 내려가 경마 생태계가 유지되는 방식입니다.

만약 흑자를 전담하는 과천 경마장이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난다면, 주 고객층인 50~60대 장년층의 절반 이상은 발길을 끊을 것입니다. 배후 수요를 상실한 과천이 무너지면 지방 경마장도 연쇄 파산하게 되며, 이는 곧 고용 붕괴와 국가 세수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적 재앙이 될 것입니다.

외곽 이전 시 연간 2,000억 원에서 2,500억 원 규모의 실질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마사회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일반 행정기관이 아닙니다.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는 경마나 카지노가 적자가 난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살려줄 리 만무합니다.

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사후 대책도 없이 그저 ‘경기도 내 어디론가 이전하라’는 식의 일방적 통보는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현재 경마 산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직접 종사자만 8,200명이며, 마필 생산 농가 등 간접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약 2만 4,000명에 달합니다. 산업 전체가 적자로 돌아서는 순간, 이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마라는 ‘플랫폼’의 작동 불능입니다. 마사회는 네이버 같은 쇼핑 플랫폼 역할을 할 뿐, 그 안에서 상품(경주)을 만들고 제공하는 주체는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 관리사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독립된 개인 사업자입니다. 만약 이전 부지가 인프라나 접근성 면에서 열악해 이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화려한 경마장을 지어놓아도 정작 ‘말을 타고 달릴 사람’이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결국 경마 시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대한민국 말 산업의 근간이 송두리째 뽑히게 될 것입니다.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4.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균형 발전'이라 말하면서도, 정작 비워낸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수도권 인구를 다시 채우려 합니다. 이런 정부 정책의 모순을 노조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9,800호 주택 공급이라는 공익이, 40년간 쌓아온 말 산업의 가치와 연간 420만 시민의 휴식권을 파괴할 만큼 압도적입니까? 과천 경마공원은 지난 40년 동안 건물 조성과 조경에만 최소 2조 원 이상이 투입된 국가적 자산입니다. 이전이 강행되면 이 거대한 자산은 그대로 매몰됩니다. 여기에 신규 경마장 건설비 1조 원까지 더하면, 이동하는 데만 최소 3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입니다.

수만 그루의 수목도 문제입니다. 벚꽃 축제의 명물인 나무들은 옮겨 심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 고사할 것이 뻔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속적인 국가 재정 손실입니다. 현재 마사회는 연간 약 1조 5,000억 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으로 이전해 매출이 3분의 1만 줄어도, 매년 5,000억 원의 세금이 증발합니다. 단 9,800호 입주자들의 편익을 위해, 전 국민이 누려야 할 매년 5,000억 원의 복지 재원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수조 원의 매몰 비용과 매년 발생하는 수천 억의 세수 결손을 고려하면, 9,800호 입주자들은 사실상 엄청난 '사회적 특혜'를 받는 셈입니다. 


오희종 마사회 회장.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5. 우희종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이전 반대 서명에 동참했는데, 이를 ‘진정성 있는 변화’로 보시는지 아니면 ‘면피용 행보’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희종 회장은 스스로를 SNS에 ‘회색 인간’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평생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고심하며 살아온 그분의 철학이 담긴 표현일 것입니다.

지금 우 회장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 ‘회색’의 접점에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기관장으로서 국정 기조를 무시할 수 없는 ‘공적 책임’과, 현장에 와서 직접 목격한 이전 계획의 황당함 사이에서 극심한 괴리를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그 ‘회색’의 모호함을 끝내고, 이제는 말 산업의 생존을 위해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결단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마사회 노동조합)


6. 사측이 제안한 ‘경마장 이전 대응 TF’에 노조가 참여할 의사가 있으신지, 만약 참여한다면 반드시 관철해야 할 ‘레드라인(최후 저지선)’은 무엇입니까?

우희종 회장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단순히 피상적인 추정치가 아닌, 이전의 불합리함을 입증할 ‘정교한 데이터와 논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무 보고서’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중 마사회와 노조가 협의해 전담 조직(TF)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물론 사측이 생각하는 전략과 노조의 투쟁 방향에는 온도 차가 있겠지만, 구체적인 논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노조의 전제 조건은 명확합니다. ‘경마장 이전 절대 불가’라는 최후 저지선(Red-line)이 무너진다면 그 어떤 협상도 무의미합니다. 만약 이전이 기정사실화된다면 지금까지의 투쟁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에, 이 저지선을 사수하는 것이 TF 참여의 대전제입니다.

향후 투쟁은 더욱 조직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미 내부 직원들의 결집된 의지는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마사회를 넘어, 일방적 주택 공급 정책으로 고통받는 태릉, 용산, 과천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부의 불통 행정에 맞서는 범시민 공동 투쟁을 가속화할 방침입니다.


(사진=마사회 노동조합알파경제 /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7.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마사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미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시민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앞으로도 노조 단독 투쟁에 그치지 않고, 1인 시위부터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범시민 연대 집회까지 다각적인 방식으로 정부의 불통 행정에 맞설 계획입니다.

다음 주 출범할 사측과의 공동 TF에 대해 우희종 회장은 ‘경마장 이전 반대’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노조의 생각은 좀 더 거시적입니다. 단순히 ‘이래서 못 간다’는 단편적인 이유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경마 산업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말 산업의 미래 비전’을 새로 그리려 합니다.

따라서 TF의 명칭부터 성격까지 ‘이전 대응’이라는 미시적 틀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적 명칭으로 재편될 예정입니다. 국토부의 무책임한 이전 발표를 철회시키는 것이 당면한 투쟁의 목표라면, 이 TF는 무너져가는 말 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논리적으로 입증할 ‘전략적 병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장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2만 4천 종사자의 삶이 담긴 이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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