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IL 코인 15분 만에 1383% 급등에도 자발적 미통보…수익 구조 안에 갇힌 감시 실종
상장 심사·거래 운영·자산 보관 독점하는 사업모델, 설계된 이해상충이 사고를 구조적으로 생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2조 원 규모의 오지급 사태와 665만 건에 달하는 특금법 위반 제재는 단순한 전산 오류나 실무자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자산의 보관부터 거래, 상장 심사까지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내부통제의 붕괴는 예고된 참사였다. <알파경제>는 빗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사고를 통해 내부통제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하는 4부작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① 제1회: 사고 연대기 — "62조 오지급부터 영업정지까지, 멈추지 않는 사고의 기록"
② 제2회: 지배구조의 민낯 — "보이지 않는 주인, 통제받지 않는 의사결정 권력"
③ 제3회: 독점적 사업모델의 함정 — "심판이 선수로 뛰는 시장, 설계된 이해상충"
④ 제4회: 제도와 처방 — "빗썸 문제는 현상이 아닌 결과다 — 제도는 무엇을 놓쳤나"
![]() |
| 24일 경찰이 '김병기 차남 채용 의혹’과 관련 빗썸 본사 등을 압수수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앞선 연재에서 확인된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으 연쇄 사고와 지배구조의 결함은 결국 하나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빗썸 사업모델의 아킬레스건은 상품의 선별(상장)과 유통(거래), 그리고 관리(보관) 주체가 사실상 단일 체계 내에 묶여 있다는 데 있다.
전통 금융에서는 엄격히 분리된 기능들이 빗썸의 한 울타리 안에서 뒤섞인 구조는 단순 비효율이 아니라 내부통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설계의 모순이다.
◇ 실물 없는 62만 BTC…장부가 실물을 삼킨 구조
2026년 2월 천문학적인 오지급 사태의 핵심은 단위 오입력 그 자체가 아니다.
당시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만6000개였다. 오지급된 62만개는 그 13.5배였다.
전문 수탁법인을 통한 실물 자산과의 실시간 교차 확인도 없는 상황에서 내부 장부상 숫자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거액의 자산이 249명의 계좌에 반영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경쟁사 업비트는 법인·기관 전용 수탁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를 거래소 기능과 분리해 별도 운영했다.
반면 빗썸은 자체 커스터디 사업을 정리한 뒤에도 개인 고객 자산을 내부 장부에 의존하는 폐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용자가 화면에서 확인하는 잔고가 실제 온체인 자산과 일치하는지 빗썸 외부에서 검증할 길은 사실상 차단됐다.
결국 이용자의 신뢰는 기술적 증명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통제의 실효성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 통제가 마비됐을 때 파괴력은 62만 BTC 사태로 이미 증명했다.
박희정 법무법인 대륙아주 전문위원은 "수탁 기능을 거래 기능과 분리하지 않은 채 장부 기반 오프체인 정산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입력 오류 하나가 실물 보유량의 13배를 뛰어넘는 가상 자산을 순식간에 생성할 수 있다"며 "실시간 온체인 대조 없는 폐쇄 구조 자체가 빗썸 시스템 리스크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 |
|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거액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상장의 사유화…수익 창출 도구로 전락한 시장 관문
거래소의 가장 강력한 권한은 특정 코인에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는 상장이다. 상장 권한은 동시에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
코인이 상장되고 거래량이 늘수록 거래소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에서, 상장은 투자자 보호 필터가 아닌 수익 극대화 수단으로 작동할 유인을 갖는다.
전통 금융에서 상장 심사는 한국거래소(KRX)라는 독립 기관이 담당하며 기준과 결과가 외부에 공개된다. 빗썸처럼 거래소가 심사하고 거래소가 수익을 취하는 구조가 아니다.
반면 빗썸의 상장 결정은 내부에서 이뤄지고 기준 역시 외부 검증으로부터 단절돼 있다. 판단 기준이 자산의 건전성보다 거래량 창출로 기울어질 유인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충분한 검증 없이 상장된 코인이 급등락을 반복하거나 상장 폐지에 이르더라도 이용자에게는 사전에 위험을 판단할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다.
상장이라는 행위 자체가 암묵적인 신뢰 보증처럼 작동하지만 보증의 근거는 공개된 기준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 판단에 불과하다.
시장은 거래의 장이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선택한 상품을 유통하는 구조로 변질될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 지주사 핵심 인사가 코인 상장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상장 권한의 사유화와 수익 논리가 투자자 보호를 압도한 실태가 법정 기록으로 남았다.
![]() |
|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 AVAIL 1383% 급등에도 미통보…감시자가 수익자로 둔갑
거래를 운영하는 주체와 거래를 감시하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2024년 7월 어베일(AVAIL) 코인은 거래 시작 15분 만에 1383% 급등했다가 하루도 안 돼 급락했다.
같은 시간 다른 거래소에서는 200원대에 머물렀다. 이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시세조종 조사 사건으로 착수했다.
더 황당한 것은 빗썸은 해당 이상 거래를 금융당국에 자발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빗썸에는 형식상 시장감시위원회와 투자자보호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가 존재한다.
어이없게도 이들 위원회는 62만 BTC 오지급 사태 당시 어떤 선제적 경보도 가동하지 못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빗썸의 오지급 사고는 해당 사고를 포함해 총 5건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구조적 결함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보완 의지 없이 동일 유형의 사고를 방치했음을 시사한다.
반복된 사고 이후에도 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응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단순한 관리 실패를 넘어 의도적 방치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인중 데이터히어로 대표는 "상장 수수료와 거래 수수료를 동시에 취하는 거래소가 이상 거래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감시자가 수익 구조 안에 포함된 순간, 감시는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 |
|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 설계된 이해상충…리스크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
빗썸에서 반복되는 대규모 금융 사고는 단순한 전산 오류나 개별 경영진의 일탈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부 거래의 취약성이 노출한 전산 통제의 한계와 견제 기능을 상실한 지배구조의 공백은 결국 독점적 사업모델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상장과 거래, 보관과 감시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뒤섞여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는 이해상충을 제어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스스로 무력화한 결과다.
전통 금융이 수십 년간 법과 제도로 정립해온 '기능 분리의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서 빗썸의 사업모델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사고를 생산해내는 거대한 결함 그 자체가 되었다.
<다음 4회차 예고>
<제4회: 제도와 처방 — "빗썸 문제는 현상이 아닌 결과다 — 제도는 무엇을 놓쳤나">를 통해 수탁 기능 분리, 상장 심사 외부화, 실시간 잔고 대조 의무화 등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통제' 설계의 제도적 해법을 다룬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