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 결정에 제재 결론 내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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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과 발표 시기가 미뤄졌다.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해 재심사를 결정했다.
2020년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정보교환 담합' 첫 제재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LTV 정보 공유 놓고 공정위·은행권 '대립'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지난 20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관과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추가 확인을 위한 것"이라며 "심사관은 본건에 대한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사무처(심사관)는 4대 은행이 7500여 건에 달하는 LTV 관련 자료를 서로 공유한 뒤 대출한도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사무처는 은행들이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조건을 짬짜미했고, 이 과정에서 은행은 부당이득을 취하고 금융소비자는 과도한 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관련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발송하면서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반면 은행권은 이번 조사에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LTV 정보 교환은 담보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져 온 관행일 뿐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정보 공유 이후에도 은행별 LTV는 일정한 차이를 보였기에 시장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 조항의 첫 적용 사례다. 공정위가 제재를 확정하면 사업자 간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제재하는 첫 선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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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
◇ 재심사 결정에 제재 결론 내년으로
공정위는 이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심의했다.
통상적으로는 전원회의 후 합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제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재심사 결정이 내려지면서 제재 여부 및 수위는 내년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새로운 주장들을 추가로 확인하자는 차원"이라며 "기존 심사의 절차적 하자나 객관적 증거 부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능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면서도 "장기화될 사안은 아니지만 정확한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심사는 새로운 사건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추가 조사와 심사보고서 작성, 전원회의 재상정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안 심판관리관은 "기존에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활용하되 추가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면 현장조사 등을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V 담합 의혹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금융·통신 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