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루닛 임원들, 300억대 블록딜…사전공시 회피 의혹 '제기'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12-19 08:17:20
  • -
  • +
  • 인쇄
'50억 미만' 맞춘 블록딜...사전공시 회피 의혹
주가 고공행진 속 매도 '타이밍' 논란
경영진 '매수' 카드로 주주 달래기
루닛 창업자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범석 대표이사. (사진=루닛)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주요 임원들이 최근 주가 급등 시점에 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지분매각을 단행했다.

특히 임원 5명이 각각 49억9993만원어치 주식을 매도해 50억원 이상 매도 시 적용되는 사전공시 의무를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50억 미만' 맞춘 블록딜...사전공시 회피 의혹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의 임원 6명과 주요주주 1명은 이날 새벽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총 38만334주를 매각했다.

전체 발행주식 2894만2900주의 1.31%에 해당한다.

특히 이정인 이사, 팽경현 상무, 유동근 상무, 박승균 상무, 박현성 상무 등 5명의 임원은 6만4156주를 매각했다.

매도 단가 7만7934원을 곱하면 정확히 49억9993만3704원이다.

이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기준인 50억원에 7만원 가까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현행 제도상 상장사 임원과 10% 이상 주요주주, 전략적투자자(SI)는 지분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거래 시 최소 30일 전 거래 가격과 수량, 기간을 미리 공시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임원진이 의도적으로 사전공시 기준을 피해 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제도는 상장사 내부자의 대량 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과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사진=루닛)


◇ 주가 고공행진 속 매도 '타이밍' 논란

이번 매각은 루닛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점에 이뤄졌다.

루닛 주가는 지난 한 달간 70% 가까이 상승했다. 의료 AI 기업들의 국내외 성과가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 같은 상승세 속에서 이뤄진 임원진의 대규모 매도는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블록딜은 전날 종가 대비 7% 할인된 가격에 이뤄졌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한때 11% 가까이 급락했고, 전거래일 대비 10.26%(8600원) 하락한 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루닛 관계자는 "회사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에 임원 및 관계자가 동참하며 개인적인 사유가 발생한 것일 뿐 회사의 성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 (사진=루닛)


◇ 경영진 '매수' 카드로 주주 달래기

주가 하락과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루닛 경영진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는 총 6억원 규모의 자사주 7747주를 장내 매수했다.

루닛 측은 "이번 주식 매수는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잠재적 주가 하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백 의장은 2013년 루닛을 창업한 설립자이고, 서 대표는 2016년 합류 후 2018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아 회사를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이번 매수는 회사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강한 믿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주요기사

[분석] 이번주 초미의 관심사 FOMC, 인하 후 긴축 강도 축소 전망2025.09.16
[전망]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 유지...증권업 리스크 해소 국면2025.09.16
[현장] "개인정보 유출 없다더니"…하루만에 말 바꾼 KT2025.09.15
[분석] 신정부 허니문 기간 종료, 단기 주가 변동성 대비2025.09.15
[심층] PG업계,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반발..."본질 벗어난 규제"2025.09.15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