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강도 때리면 유죄" 대한민국 정당방위의 잔혹한 진실 (실제 판례) [이혼전문 변호사의 이혼소송 : 이김의 변호]

영상제작국 / 기사승인 : 2026-02-27 22: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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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의 역습: 내 집에서 내가 당한 이유, 정당방위의 아슬한 경계
대한민국 형법, '나를 지킨다'는 행위의 한계를 묻다
▲ (출처:알파경제 유튜브)

 

[알파경제 = 영상제작국]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으로 낯선 침입자가 내 집에 발을 들였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는 순간,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만약 그 저항이 오히려 나를 가해자로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최근 연예인 나나 씨의 자택 침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형법의 '정당방위'라는 칼날이 얼마나 날카롭고 냉정하게 현실을 재단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뉴스 댓글창에는 "가만히 맞고만 있어야 하느냐", "내 집에서 나를 지킨 건데 왜 내가 가해자가 되느냐"는 분노와 답답함이 폭발하고 있다. 법은 과연 우리 감정의 격랑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정당방위'의 선을 긋고 있는 것일까.


나나 씨 사건은 단순한 자택 침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씨름해 온 '정당방위'의 복잡한 민낯을 드러낸다. 사적인 공간인 집에 외부인이 무단 침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저항이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21조 제1항은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엄격한 요건을 제시한다. 첫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며, 셋째,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해야 한다. 여기서 '상당성'은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 방법, 방위행위로 인해 침해될 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 즉, 침입자가 이미 제압되었거나 도망치려는 상황에서 가해진 추가적인 폭력은 '현재의 침해'에 대한 방어가 아닌 '보복'이나 '응징'으로 간주되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법의 냉철함은 현장의 혼란과는 거리가 멀다. 낯선 침입자가 한밤중에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안으로 들이닥쳤을 때, 공포와 분노, 아드레날린이 뒤섞여 이성적인 판단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노약자가 함께 거주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법은 사건이 종료된 후, CCTV 영상, 진술, 상처 사진 등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그때 그 행위가 정말 필요했는가"를 차분히 되묻는다. 나나 씨 사건 역시 침입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물리력이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만약 급박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물리력만을 사용했고 제압 후 추가 폭행이 없었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잉방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다만, 야간 자택 침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극심한 공포와 당황스러움을 고려하여, 형법 제21조 제3항의 '면책적 과잉방위'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인해 정당방위 요건을 초과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법이 정당방위의 문턱을 이토록 높게 설정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당방위는 본래 범죄가 될 수 있는 행위를 예외적으로 벌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다. 만약 이 예외를 너무 쉽게 인정해버린다면, 사소한 시비 끝에 발생한 폭력을 "상대가 먼저 위협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은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피해자의 자기방어권과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적 보복의 시대를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법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 '방위의 의사', '상당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맞아떨어질 때에만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정당방위의 인정 여부는 극명하게 갈린다. '편의점 흉기 난동 사건'에서는 취객이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자, 편의점 업주가 허벅지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침입자를 발차기로 제압하고 흉기를 빼앗았다. 처음에는 쌍방 폭행으로 처리될 뻔했지만, 검찰은 "흉기라는 명백한 위험이 있었고, 제압 후 추가 폭행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 업주의 행위를 보복이 아닌 위험 제거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로 인정했다. 특히 도망갈 수도 있었는지 따지지 않는 정당방위의 보충성 원칙에 따라, 긴박한 순간에 자신뿐 아니라 손님들까지 보호하려 했던 업주의 행위는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주차 시비 모녀 폭행 사건'에서는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부부가 아랫집 현관 안까지 침입해 모녀를 폭행했다. 이 경우, 타인의 주거지에 직접 침입해 폭행을 가한 시점부터 이미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폭행당하던 중 문구용 칼을 휘둘러 반격한 아랫집 딸의 경우다. 딸은 살기 위해 휘둘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칼날을 꺼내지 않고 위협만 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들어 대응이 과했다는 이유로 '과잉방위'로 판단했다. 다만,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여 처벌은 면해주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결국 법원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그 순간, 정말 그 정도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가?" 법은 공포로 흐려진 판단력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사건 종료 후에는 냉철하게 그 선을 긋는다. 사건 직후 "너무 화가 나서 때렸다"와 같은 감정적인 진술은 '방어'가 아닌 '보복'의 증거가 될 수 있기에, 초기 대응이 사건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정당방위는 나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오히려 나를 향한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알파경제 영상제작국 (pres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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