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42조 배불린 은행들, 영업점은 165개 폐쇄…금융 취약계층 외면하나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1 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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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조 이자이익 '황금알'…영업점은 빠르게 감소
사상 최대 실적에도 비용 절감 명분
높아지는 문턱…금융 포용성 훼손 우려
10일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세종로금융센터가 인근 지점과 통폐합으로 폐쇄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영업점 폐쇄를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이 같은 행보에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 42조 이자이익 '황금알'…영업점은 빠르게 감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6조42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4조8908억원)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다.

특히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자이익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4대 금융의 작년 이자이익 총액은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12억원) 대비 3.1%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 속에서도 은행들의 영업점 감축은 가속화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총 영업점 수는 작년 말 3927개에서 올해 2월 9일 현재 3790개로 137개가 감소했다. 3월 말까지 예정된 추가 폐쇄까지 포함하면 감소 규모는 165개에 달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서울 건대역·까치산역·답십리 지점을 비롯해 경기, 인천, 대전, 울산, 부산, 경북 등을 포함해 다음 달에만 28개 영업점을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 사상 최대 실적에도 비용 절감 명분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과 경영 효율화를 영업점 축소의 배경으로 내세운다.

업계는 대부분의 입출금과 대출이 모바일앱·웹 등 온라인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고 있어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영업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경 1km 이내 영업점들과 통합했다"며 "점심시간 집중 운영 특화 점포를 전국 41개로 늘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점포도 82개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7개 지점이 점포 대형화 방침에 따라 한 건물 내 기업영업점과 리테일영업점을 통합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도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한 영업점 축소가 과연 불가피한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높아지는 문턱…금융 포용성 훼손 우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 과정에서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 등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과 영업시간 단축(오전 9시→오전 9시 30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5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로소득이 이미 1억1265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경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저축은행마저 점포 축소에 동참하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8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SBI저축은행은 서울 강남과 청담지점, 전북 전주지점을 폐쇄했고, OK저축은행도 인천 부평지점과 충북 청주지점 운영을 중단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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