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에도 증권가는 "판매량 보수적"…후속작 공백 리스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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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수차례 출시 연기로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3월 20일 글로벌 출시를 두 달 앞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IGN 등 글로벌 주요 게임 매체들이 잇따라 '2026년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하며 찬사를 보내는 반면, 국내 증권가는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7년간의 산고 끝에 베일을 벗는 붉은사막을 둘러싼 시장의 열광은 정당한 기대일까, 아니면 과도한 환상일까.
◇ "7년 기다린 보람" vs "또 연기 없을까"
펄어비스는 지난 22일 붉은사막이 골드행(Gone Gold)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골드행은 출시 버전이 담긴 게임 패키지 마스터 제작 단계를 의미한다. 사실상 개발 완료를 뜻한다.
붉은사막은 광대한 파이웰 대륙을 배경으로 주인공 클리프와 동료들의 여정을 그린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PC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S, 스팀, 애플 맥 등에서 동시 출시된다.
해외 미디어의 반응은 뜨겁다. 북미 최대 게임 매체 IGN은 'IGN First' 코너를 통해 6편에 걸쳐 게임을 집중 조명하며,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영국 테크레이더는 "지금껏 출시된 액션 게임 중 가장 야심찬 작품"이라 평했고, 독일 게임스타와 유명 기술 분석 채널 디지털 파운더리는 펄어비스의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구현한 혁신적인 그래픽 기술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2019년 첫 공개 이후 수차례 출시가 미뤄지며 주가 급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골드행 선언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이슈 등을 이유로 한 막판 연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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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펄어비스) |
◇ 주가 고공행진 vs 투자의견 '중립'…엇갈린 시선
출시 기대감에 힘입어 펄어비스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8일 펄어비스는 전 거래일 대비 6.37% 상승한 5만5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5만59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1월 초 3만7450원 수준이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무려 47.1% 급등했다. 붉은사막 출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증권가의 시선은 보수적이다.
삼성증권 오동환 연구원은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사전예약과 스팀 위시리스트 등을 봤을 때 시장이 기대하는 300만장 이상의 판매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붉은사막 이후 후속작 부재 상황을 고려해 보유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역시 최근 투자의견을 '아웃퍼폼'에서 '마켓퍼폼'(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후속작 도깨비 출시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2026년 매출액은 6699억원, 영업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다만, 문제는 이 전망치에 이미 붉은사막의 성공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다. 현재 주가 수준이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했다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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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사진=펄어비스) |
◇ '검은사막' 후속작 없는 위태로운 외나무다리
붉은사막이 성공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바로 '그다음'이 없다는 점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1068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당기순이익 29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3%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실적은 10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온 '검은사막'의 탄탄한 실적 덕분이었다.
3분기 검은사막은 신규 클래스 '오공'과 신규 지역 '마계: 에다니아'를 선보이며 견고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4년 출시된 검은사막은 여전히 펄어비스의 캐시카우다. 글로벌 누적 판매 4500만개 이상을 기록한 검은사막 없이 펄어비스를 논할 수 없다.
문제는 붉은사막 개발에 대부분의 인력이 투입되면서, 차기작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텅 비었다는 점이다.
펄어비스는 2019년 붉은사막과 함께 도깨비, PLAN 8을 차기 대형 신작 라인업으로 공개했다.
당시엔 세 작품 모두 2021년 출시가 예고됐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도깨비와 PLAN 8의 출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키움증권은 도깨비가 2027년 3분기 출시될 것으로 가정하고, "내년 중 개발 진척이 확인되지 않으면 2027년 실적 추정치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기존 IP 검은사막의 성장성도 한계에 부딪혔다. 키움증권은 "경쟁 심화로 내년 온라인 매출 증가가 쉽지 않다"며 "2026년 검은사막 IP 기반 매출은 16%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검은사막이 주춤하고, 붉은사막 이후 후속작이 없다면 펄어비스는 심각한 성장 동력 공백에 직면한다.
조미영 펄어비스 CFO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5년 4분기에도 검은사막과 이브의 꾸준한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붉은사막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붉은사막 이후 전략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결국 붉은사막의 성패는 단순한 신작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7년의 침묵을 깬 화려한 재기가 될지, 아니면 후속타 없는 '원 히트 원더'의 덫에 갇힐지, 펄어비스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