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흥신소'로 전락한 국세청…공권력의 사유화, 뼈 깎는 쇄신 시급하다

김종효 선임기자 / 기사승인 : 2026-05-01 08: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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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최근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드러난 국세청 직원의 무더기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태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공권력을 사유화한 중대한 범죄다.


​적발된 직원 수와 행태를 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직원 389명이 내부망에 접속해 연인과 그 가족, 심지어 동료 직원 연인의 소득·재산 정보를 임의로 들여다봤다.

예비 신부 부친과 남동생 정보를 캐다 적발된 한 직원은 "결혼 전이라 특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타인"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얄팍한 법의 맹점을 방패 삼아 범법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오만함마저 보인다.

이 같은 오만함은 국세청 내부의 정보 보안 의식과 공직 윤리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알 수 있는 척도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 국민 재산 정보가 '결혼 조건' 가늠할 장난감인가

​국세청이 관리하는 과세 정보는 국민이 국가를 믿고 납세 의무를 다하고자 제출한 민감한 자료다.

시중 은행조차 엄격한 법적 절차 없이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정보인데도, 일개 직원이 사적인 호기심을 채우고 상대방 조건을 가늠하는 잣대로 악용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대국민 배신행위다.

​겉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 행정을 내세웠다. 정작 모니터 뒤에서는 남의 재산 상황을 몰래 훔쳐본 위선적인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임광현 국세청장 (사진=연합뉴스)

​◇ 솜방망이 처벌과 핑계뿐인 대책…뼈 깎는 쇄신 절실

​사안이 중대한데도 감사원과 국세청이 내놓은 후속 조치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적발 인원 389명 가운데 위법 소지가 크다며 추려낸 직원은 33명뿐이었다.

이 중 고작 8명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세청이 부랴부랴 내놓은 혼인 전 부정 조회 기록 산출식 개발 등 재발 방지 대책 역시 본질을 벗어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는 감시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직 윤리가 실종되고 조직 내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벌어진 일이다. 전산망에 알림창 몇 개 추가한다고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직업의식을 하루아침에 되살릴 수는 없다.

​이번 일로 조세 행정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뿌리째 흔들렸다. 사생활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뒷조사에 몰두하는 기관에 누가 자발적으로 민감한 재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는가.

국세청은 시스템 개편이라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지위 고하를 막론한 일벌백계와 뼈를 깎는 인적 쇄신으로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가 부여한 막강한 권한은 결코 공직자 개인의 호기심을 채우는 장난감이 아니다.

 

알파경제 김종효 선임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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