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쿠팡 김범석, 네이버 대신 이마트와의 경쟁을 선택한 진짜 이유

김상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3 11: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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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쿠라배, 플랫폼 규제 폭풍 속으로..“유통 규제가 낫다”
◇직매입 쿠팡 “바잉파워, 이마트·롯데 못지 않다” 선언
◇일본실패 김범석, 글로벌 전략 상당기간 포기...“내수 올인”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쿠팡 )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쿠팡의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한 만큼 사업 성장 잠재력을 기대한다. 항상 그래왔듯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통제된 투자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겠다.”(김범석 쿠팡Inc 의장)


이마롯쿠.

최근 쿠팡이 내·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신조어이다. 쿠팡이 전통의 유통 강자 이마트·롯데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카카오 먹통 방지법' 등의 법안이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 네카쿠라배, 플랫폼 규제 폭풍 속으로..“유통 규제가 낫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라인, 배달의민족.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카카오먹통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개정 방송발전기본법을 기반으로, 국민 실생활에 꼭 필요하다 판단되는 일정 수준 이상 ICT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현권 법률사무소 니케 대표변호사는 “개정 방발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카카오톡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카쿠래배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관련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추진하다 좌절된 온라인플랫폼법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 등이 포함될 해당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법안이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쿠팡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증인채택 단골손님인 네이버와 카카오랑 같이 묶여 한바탕 난리가 난다”면서 “쿠팡 입장에서 어지간한 이슈는 다 나온 롯데 신동빈이나 신세계 정용진과 김범석이 같은 업종 종사자인 것이 한결 편하다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김범석 의장 등은 2021년에 이어 2회 연속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추진됐지만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쿠팡은 실제로 CR, 대관조직 인력이 롯데나 신세계와 비교할 때 기형적으로 많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납품가 문제로 햇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CJ제일제당 햇반 (사진=네이버 캡처)

 

◇ 직매입 쿠팡 “바잉파워, 이마트·롯데 못지 않다” 선언

쿠팡과 납품가 문제로 일명 햇반 전쟁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최근 컬리와 공동 상품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네이버의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납품단가 인하압력에 공정위 제소로 쿠팡에 32억원 가량의 ‘갑질’ 과징금을 안긴 LG생활건강 역시 네이버와 손을 잡고 브랜드스토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도 적자구조인 쿠팡이 전통 유통기업의 핵심 전략인 직매입 후 소비자 판매 전략을 따라 하면서 비용부담이 커졌고, 이를 제조기업에 전가하려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이라면서 “쿠팡의 유통대기업 선언은 바잉파워를 과시하면서 제조업 납품단가 인하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6조65억원)보다 21% 늘어난 7조2404억원이다. 쿠팡 분기 매출이 7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 지난 3분기(1037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누적으로 따지면 매출은 전년보다 26% 늘어난 26조591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익 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제조기업들과의 납품단가 인하전략이 예상했던 바 대로 먹혀들지 않으면 올해 1년 흑자전환 시나리오도 물거품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요금을 인상한 쿠팡의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은 쿠팡 흑자 전환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 (왼쪽에서 네번째), 김범석 쿠팡 대표 (왼쪽에서 다섯번째), 추경호 당시 국회의원 (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각계 주요 인사가 지난 2019년 대구 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된 '쿠팡 대구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다.

 

◇ 일본실패 김범석, 글로벌 전략 상당기간 포기...“내수 올인”

김범석 의장은 3월 말로 일본 현지 사업을 마무리한다. 일본언론은 최근 “쿠팡의 현지법인 쿠팡재팬이 도쿄도 메구로구와 세타가야구 등 일본 지역에서 제공해 온 식품·생활용품 배송 서비스를 21일 종료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쿠팡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첫 행선지였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를 선택한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과 라쿠텐의 영향력이 크다”며 “물류 등에 거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김범석의 핵심자산 로켓배송 없이 일본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6월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빠르게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고객이 스마트폰 등으로 주문을 하면, 배달원이 자전거로 10~20분 내에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의 쿠팡이츠, 우아한형제들 B마트와 유사하다.

지난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연간으로는 적자다. 더군다나 한국보다 면적이 3배 큰 일본에서 전국단위 로켓배송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쿠팡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과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로켓배송이 아닌, 퀵커머스를 꺼내 들었지만 실패했다.

이충헌 대표는 “일본 진출 실패 뒤 쿠팡의 의식적인 유통 대기업 선언은 롯데나 이마트처럼 해외를 포기하는 대신 철저한 내수 경쟁전략으로 돌아서서 연간 흑자전환에 올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알파경제 김상진 기자(ce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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