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2334억원 부실화
이재명 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이 멋대로 지배권 행사"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와 반복되는 위법 행위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느슨한 조직문화, 그리고 준법감시 체계의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알파경제>는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 ‘과거 겪었던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왜 문제가 되풀이 되는지 등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연중 기획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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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지난 2022년 대규모 횡령 사건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내부통제 강화를 수차례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내부통제 실패는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가깝다. 사건의 유형은 달랐지만, 통제가 무력화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는 점에서다.
출발점은 2022년 7월 발생한 약 7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다.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법원 공탁금을 가장해 거액을 빼돌리는 동안, 은행의 내부 감시 체계는 이를 장기간 인지하지 못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개인의 일탈보다 권한 집중과 관리 부재에 있었다.
자행명의 통장 관리와 직인 관리가 분리되지 않았고, 동일 부서 장기근무를 제한하는 순환근무 원칙은 ‘소속장 요청’이라는 예외 규정 아래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역시 현금 인출 위주로 설계돼 있어 수표 발행이나 계좌이체 방식의 비정상 거래는 탐지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내부통제가 존재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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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
◇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2334억원 부실화
이후 우리금융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2024년 김해지점에서 적발된 약 1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은 이러한 약속이 현장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대리급 직원이 고객 17명의 명의를 도용해 35차례 가짜 대출을 실행하는 동안, 승인 절차와 서류 검증은 수개월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지난 2022년 사건에서 지적된 겸직 구조, 문서 관리 취약성, 사후 점검 중심의 통제 방식이 거의 그대로 반복됐다. 사고 이후 제도가 만들어졌더라도,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는 여전히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내부통제 실패가 현장 직원 차원의 사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2,334억 원, 101건에 달했다. 이 중 70% 이상이 부실화되며 실질적 손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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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회장. (사진=연합뉴스) |
더욱 심각한 점은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문제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도 451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추가로 발생했고, 이를 인지한 이후에도 금융감독원에 대한 보고는 수개월간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통제 실패가 조직 말단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의 상층부까지 확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 공시된 담보물 무단 매각 사건은 통제 사각지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담보권이 설정된 기계·기구가 외부인에 의해 임의로 매각되는 동안, 은행의 담보 관리 시스템은 약 2년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금액 자체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담보 관리와 사후 점검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경영진과 이사회의 감독 책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거버넌스 구조"
이 같은 사건들이 누적되면서 금융감독원은 2025년 3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미흡, 자회사 거액·반복 부당대출 관리 실패, M&A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형식적 검토가 주요 사유로 지적됐다.
특히 동양·ABL생명 인수 안건을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에서 불과 20분 간격으로 처리한 사례는, 리스크 관리 기구가 실질적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3년간의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통장·직인·업무 권한이 한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 장기근무자 관리의 형식화, 사전 예방보다 사후 적발에 의존하는 통제 방식, 그리고 경영진과 이사회의 감독 책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거버넌스 구조다. 이는 내부통제가 규정과 조직도 속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위험을 차단하는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은 사고 발생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 왔지만, 반복되는 실패는 문제가 ‘의지’나 ‘윤리’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에 있음을 보여준다. 내부통제는 관련 내규를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이 어떻게 배분되고, 누가 무엇을 감시하며, 그 결과가 경영진과 이사회 의사결정에 실제로 반영되는지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내부통제는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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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 이 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이 멋대로 지배권 행사"
이 같은 고질적 병폐에 대한 정부의 불신도 명확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 행사한다. 방치할 일이 아니다"며 금융권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런 문제 제기, 주장들이 단순한 경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음해가 아니고 상당히 타당성 있는 측면"이라며 "똑같은 집단이 소위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먹는다는 식(式)이라는 지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10년, 20년씩 해먹는 모양"이라면서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말라고 해서 가만 놔뒀더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들 멋대로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힐난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