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와 반복되는 위법 행위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느슨한 조직문화, 그리고 준법감시 체계의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알파경제>는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 ‘과거 겪었던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왜 문제가 되풀이 되는지 등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연중 기획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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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은 오랫동안 ‘성장 잠재력’으로 설명되어 왔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의 핵심 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실적과 사고를 함께 놓고 보면, 비은행 계열사는 기대했던 성장 동력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반복적인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가장 뚜렷한 사례는 디지털 손해보험 자회사인 신한EZ손해보험이다. 신한EZ손보는 2023년 78억 원, 2024년 1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5년 3분기 누적 적자는 272억 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 신한금융 편입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한 상태다.
그룹은 올해 3월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적자 흐름은 반전되지 않았다. 실적 부진이 단기 비용 문제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가 통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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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금융그룹) |
◇ 신한 실적부진 속 관리·통제 문제까지…신한카드 20만건 고객정보 유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리·통제 문제까지 겹친 점은 카드 부문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신한카드는 2024년 순이익 5,721억 원에 그치며 삼성카드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격차도 0.5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여기에 건전성 지표 악화로 대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 모두에서 예전과 같은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카드는 내부 직원에 의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겪었다.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 2개월 동안, 내부 직원이 영업 과정에서 가맹점 대표자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유출 규모는 약 19만 명, 총 20만 건에 달하며 휴대전화 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 상호명 등이 포함됐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장기 유출이라는 점에서, 접근 권한 관리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금융감독 당국자는 “내부 직원이 2년 넘게 정보를 빼내는 동안 몰랐다는 건, 아무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면서 “이런 사고는 기본적인 내부통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알파경제에 “신한카드는 해당 직원을 문책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한편, 개인정보 유출 여부 조회와 개별 통지,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통제가 작동한 시점은 이미 수년간의 유출이 누적된 이후였다. 실적 둔화 국면에서 내부통제 사고까지 발생했다는 점은, 카드 부문이 성과와 통제 양쪽 모두에서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라고 분석했다.
비은행 전반의 문제는 그룹 손익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손익 비중은 2023년 29%에서 2024년 24%로 낮아졌고, 올해 3분기 기준 은행 부문 비중은 75.2%에 달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은행 비중이 65.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은행 의존도가 오히려 다시 높아진 구조다. 비은행 강화 전략이 방어막이 되지 못하면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 안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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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비은행은 통제도, 성과도 놓쳤다…진옥동 체제의 또 다른 연임 리스크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일관성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실적이 양호했던 신한라이프 대표는 교체된 반면, 연속 적자를 기록한 신한EZ손보 대표는 연임됐다. 성과와 리스크 관리 결과가 인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통제의 실효성은 결국 책임과 보상이 연결되는 구조에서 나오는데, 비은행 부문에서는 이 고리가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은 성과 측면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통제 측면에서도 반복적인 문제를 노출했다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디지털 손보는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카드 부문은 1위 지위를 상실하는 동시에 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비은행 강화 전략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이 아니라 관리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진옥동 회장의 연임 여부를 떠나, 비은행 부문은 2기 체제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 겸 더프레미어 대표이사는 “신한EZ손보의 구조적 적자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 신한카드의 수익성과 내부통제 체계를 어떻게 동시에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비은행 강화는 더 이상 전략이 아니라 위험 요인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비은행 부문에서 드러난 문제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을, 통제조차 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말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