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4%룰·버킷전략·변동인출 등 '인출 전략'이 은퇴 생활 결정

김혜실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3 05: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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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은퇴는 직업 활동의 종료를 넘어, 재정 기반이 근로소득에서 자산 또는 연금 소득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인출 전략이 은퇴 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리포트 105호'에 따르면 버킷 전략, 변동 인출법, RMD 전략 등 다양한 인출전략이 필요하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리포트 105호'

◇ 은퇴 후 최소 20~30년 이상 재정 계획 필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은퇴 후 최소 20~30년 이상의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 

2024년 11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액은 월 평균 60만원 수준으로,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개인 자산의 체계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김동익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은퇴 시점 부터의 자산관리 및 인출 전략은 은퇴 생활의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은퇴 후 매년 자산을 얼마씩 인출하는 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료=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리포트 105호'

◇ 은퇴 자금 인출 전략의 고전 '4% 규칙'

고전적으로 1994년 미국의 재무 설계사 윌리엄 벤젠이 제안한 ‘4% 규칙’이 은퇴 설계의 표준으로 거론된다.

‘4% 규칙’은 은퇴 후 생활비를 인출하면서 자산을 오래 유지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은퇴 첫 해에 자산의 4%를 인출하고, 남은 자산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면서 매년 인플레이션에 맞춰 인출 금액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약 30년 동안 자산 고갈 위험 없이 노후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급변동, 예상치 못한 의료비 상승 등 환경 변화는 은퇴 자산의 조기 고갈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5년간 생활물가 상승률은 평균 3.25%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81%를 웃돌았고, 민간부문의 경상의료비 지출은 6.9% 증가했다. 

이러한 지출 측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 시점에서 4%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이 규칙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인출률과 인플레이션을 상회해야 성립할 수 있는데, 이 한계점이 2025년 현재의 금융시장 환경 하에서 과거와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한국적 상황과 개인의 필요에 맞춰 2025년 경제 환경에서 이 규칙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료=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리포트 105호'

◇ 버킷전략·변동인출법·최소분배전략 등 개인에 맞춰 선택해야

100세시대연구소는 대안으로 버킷(Bucket) 전략을 제안했다. 버킷 전략은 4% 규칙의 확장형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은퇴 자산을 생활비와 투자 자금, 예상되는 활용 시기 별로 나누어 관리하는 전략이다. 

버킷전략은 버킷의 설정과 관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데, '쓰리 버킷 전략'은 은퇴 자산을 단기(1~2년), 중기(3~10년), 장기(10년 이상)로 나누어 관리하고 인출한다. 

각 버킷은 현금, 채권, 장기 채권, 주식 등 성격이 다른 자산으로 운용하며, 설정된 조건에 따라 리밸런싱을 통해 상호 보충하여 시장 하락 시 불필요한 자산 매도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 지속 가능성에 보다 중점을 둔 '변동 인출법'과 '필수 최소 분배 전략'도 있다. 

변동 인출법(Guardrails Approach)은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따라 인출률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초기 인출률을 5.0%로 설정한 후, 포트폴리오가 잘 성장하면 6%까지 높이고, 하락할 경우 인출률을 4.0%까지 낮추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자산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기 시장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RMD 전략은 미국 IRS(재무부 산하 세금 관장 기관)의 필수 최소 분배(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테이블을 활용해 매년 잔여 자산을 기대수명으로 나눠 인출률을 결정한다.  이는 자산을 점진적으로 소진하면서 장수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나이에 따라 인출률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65세에 인출률은 3.6%, 80세에는 5.9%로 상승하게 된다.

김 연구소장은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한 자산 인출 전략은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하고, 각 전략은 고유의 강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재정 상황 및 시장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라며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가며 각자의 재정상태와 시장변화에 맞춰 적절한 인출 전략을 세운다면 보다 안정된 노후설계가 가능해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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