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오늘도 우리는 우울증과 전쟁 중’ 저자 조하리·허준혁 작가 인터뷰

김교식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5 14: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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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디오북)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대기업에 다니며 앞만 보고 달려온 아내는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일상이 무너졌다. 결국 퇴사했고 현재는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글로 풀어내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아내를 자랑스러워하던 남편은 무너져버린 아내를 보고 절망에 빠졌다. 아내를 더 이해하고 싶어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오늘도 우리는 우울증과 전쟁 중> 우울증을 앓는 아내와 곁을 지키는 남편이 함께 쓴 책이다. <2025년 5월 27일자 라디오북, 우울증 환자 부부 시선으로 담아낸 '오늘도 우리는 우울증과 전쟁 중' 출간 참고기사>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실제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얼마나 힘든지, 또 우울증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고민과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전한다.

알파경제는 우울증을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이들을 위해 저자들에게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라디오북)

1.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인가요?
허준혁)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그 남편이 함께 질병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책이에요.

전문가 글도 아니고 우울증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실제 우울증을 겪는 환우나 환우를 가족이나 친구로 둔 분들에게는 저희의 솔직한 글이 위로나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2.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시각이 교차하는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이런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허준혁) 지난해 2월 아내의 우울증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면 회사도 못 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이 책은 바로 그 직전부터 이후 4~5개월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회사에서 느낀 감정을 메시지로 보냈어요. 아내는 감정 해소가 목적이었는데 저는 거기서 날것의 회사원 모습이 보였어요. 그래서 아내 글을 모아 ‘F형 회사원 이야기’로 연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울증 증세가 악화돼 아내가 회사를 못 가게 되면서 더 이상 ‘회사원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죠.

저는 우울증 환자 가족으로서 제 감정을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유사한 케이스를 찾아봤지만 없어서, 내가 그 케이스가 되어보자란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아내는 생각날 때 마다 글을 쓰면서 우울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노력했고, 저는 그 글에 제 생각을 더해 한 편의 에피소드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에피소드들을 책으로 내면 다른 우울증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도움될 거라는 생각에 책까지 내게 되었네요.

3. 아내 분이 왜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나요?
허준혁) 한 가지의 원인은 아닐 겁니다. 기질과 환경, 외부 영향 등 다양한 원인들이 맞물려서 우울장애를 일으킵니다.

아내 우울증에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번아웃을 야기하는 억압되고 갑갑한 업무 환경이 다른 원인들을 자극했고, 이것이 화산이 터지듯 터져버린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은, 미리 그 신호를 알아채고 관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어요.

4. 우울증 진단 후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조하리) 커리어 단절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회사를 못 다닐 정도로 아픈 거구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내가 진짜 아픈 게 맞는지, 그냥 회사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거의 매일 의심했던 것 같아요.  

 

(사진=라디오북)


5. 퇴사 후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퇴사가 우울증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아니면 퇴사 후 더 힘들었나요?
조하리) 퇴사하면 조금 덜 우울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퇴사 이후에는 책을 읽는 것도, 낮잠을 자는 것도,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심지어 숨쉬는 것조차, 모든 게 힘들었어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던 것은 집을 벗어나 여행을 가고, 글로 감정을 내뱉는 것뿐이었어요.

사실 글을 썼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많이 안 나기도 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갈까봐 가끔은 두려워요.

6.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조하리) 이유 없는 무기력함, 답답함, 불안함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것 때문에 종종 힘들 때가 있어요.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1인분을 하지 못한다는 무가치한 느낌이 저를 가장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옆에서 무조건 응원해주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빨리 낫고 싶어서 병원도, 심리상담도, 산책도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모든 일이 다 그렇듯 괜찮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더이상 진척이 없어 보일 땐 마음이 조급해져서 더 우울하고 불안해졌어요.

그래도 지금은 내 상태를 돌아보고 조금은 털어 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작지만 꾸준히 노력했던 것들이 조금씩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믿고 싶어요.

7. 우울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 입장에서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허준혁)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지만 꼭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가족으로서 ‘가장 힘든 사람은 환자’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는 거에다. 우울증 환자를 돌보는 것(돌본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도 굉장히 어렵고 지칠 때가 많습니다. 가끔 화도 나고요.

이럴 때 나보다 환자인 상대가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잘 관리하고 다시 환자와의 관계와 질병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돌봄은 지속될 수 없고, 우울증도 더 심해져 가족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요.


(사진=라디오북)

8. 우울증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각각 말씀해주세요.
허준혁) 본인의 의지와 주변의 무조건적인 지지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회복할 수 없어요. 저에게 지난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물어본다면 어느 여름날 집 앞을 산책하다가 아내가 “건강해질거야!”라고 말로 다짐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동시에 주변에서는 무조건 지지해야 합니다. “이런 걸 해봐”, “저런 걸 하면 나아질거야” 같은 말은 말고(물론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건 알아요.) “힘들겠구나”, “이해해”, “같이 잘 이겨내보자”라고 응원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너무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응원해주세요.

조하리) 우울증은 절대 단기간의 싸움은 아닌 것 같아요. 약도 꾸준히 먹고, 산책도 자주하고, 햇볕도 많이 쐬고, 상담을 꾸준히 다녀도 금방 나아지지 않는 긴 싸움이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주위에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고생한 나를 칭찬해 주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조급함이 생겨요. 하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모습을 상상하면서 ‘조금 느리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혼자 이겨내려고 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나누면 언젠가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9.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 책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허준혁) 첫째는 환우의 가족이나 친구입니다.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사정이 좋아 온 종일 아내 곁에 있던 기간 덕에 우울증 환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지만, 그렇지 못하는 보통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환자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이로 인해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회사나 조직의 리더분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공식적으로도 전 국민의 10% 이상이 정신장애 경험이 있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는 더 많겠죠.

아내가 일하던 조직의 구성원이나 리더들이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에 좀 더 예민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아내는 지금도 그때 잘 지나갔으면 아직도 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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