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신탁사가 대주단이 입은 손해에 대해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건설업 불황으로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신탁업계에 대한 책임준공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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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설업. (사진=연합뉴스) |
◇ 법원, 책임준공 손해배상 첫 인정 "책임준공확약 미이행 시 손해배상"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는 지난 30일 23개 새마을금고로 구성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신한자산신탁이 대주단 측에서 청구한 대출 원리금 256억원과 지연이자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3개 새마을금고는 2022년 5월 경기 평택 물류창고 신축 분양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시공사가 준공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직접 준공 의무를 이행하고, 준공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자금을 댄 차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인 지난해 3월이 지나도록 준공이 되지 않자, 새마을금고 측은 신한자산신탁 측에 미상환 대출원리금 256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신한자산신탁 측은 계약 구조상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손실보전 금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한이 지났지만 완공된 물류센터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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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자산신탁) |
◇ "양측이 신탁사의 손배 책임 인지한 것으로 간주"
하지만 재판부는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책임준공확약서에 대주의 손해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명시한 것이 민법 398조에서 규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는 대주단 측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확약서상 손배액의 예정이 없었다면 대주단이 대출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양측이 사전에 신탁사의 손배 책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신탁회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한다"며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신한자산신탁의 1차적 의무는 물류센터 준공 채무지만, 책임준공 위반시 발생하는 2차적 의무는 손해를 직접 배상하는 금전 지급 채무"라고 판단했다.
배상금 지급이 투자자 손실보전 금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지, 사업으로 인한 수탁재산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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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진=연합뉴스) |
◇ 신탁업계 유사 소송 이어질까...책준 리스크 잔존
문제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사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신탁사의 책임 범위를 PF 원리금으로 판단하면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에 대해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신탁업계는 추가 충당금 적립 압박으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다수의 신탁사가 책준 소송에 연루된 상황이며 대부분 충당금을 반영해 놓은 상황"이라며 "1월부터 신탁사 책준 모범 규준이 시행되며 장기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소송 사례는 여전히 신탁업계에 책준 리스크가 잔존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