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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산업자원통상부 무역위원회는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38.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작년 7월 현대제철이 제소하였고, 이후 무역위원회가 10월 반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였으며, 한국 철강업 보호를 위해 이번에 선제적으로 예비 판정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사안을 바탕으로 잠정 관세 부과 여부를 심의 후 공고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산 후판의 한국 수입량은 119만 톤으로 한국 전체 생산과 수입량 합산의 17.6%를 차지하였으며, 작년 평균 국내 후판 가격과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 간 격차는 톤당 130달러 수준이었다.
이번 관세 예비 판정은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량 증가가 내수 후판 가격 하락을 야기해 국내 철강 사들의 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정부가 인정하였음을 시사한다.
◇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 반사 이익 기대
이 같은 결정으로 국내 후판 생산업체인 POSCO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을 일정 수준 보세창고를 통해 수입하고 있어 이번 관세 부과가 국내 철강사들의 조선용 후판 가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후판을 생산하는 국내 철강사 3곳(POSCO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조선향 후판 판매 비중이 50%를 하회하고 있어,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비조선향 후판 가격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백재승 연구원은 "이번에 부과된 예비 판정 관세 평균 33%의 절반 수준으로 비조선향 후판 가격이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POSCO홀딩스, 현대제철의 올해 전사 영업이익이 각각 13%, 31%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Baoshan, Jiansu, Xiantan 등 중국업체들을 대상으로 후판 반덤핑 관세 적용 시, 국내 철강업계의 판매량 확대 및 판가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POSCO홀딩스, 현대제철의 후판 매출 비중은 별도 기준 15%, 13% 수준으로, 연결 매출액 규모 고려 시 후판의 가격과 판매량 개선에 따른 실적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의 경우 전체 매출액 대비 23% 수준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른 실적 개선의 폭은 상대적으로 높을 듯하다.
김진범 연구원은 "다만 각 업체별 조선사 간 후판 공급물량 및 방식, 가격 등 계약 조건이 상이한 만큼, 판가 및 판매 물량의 본격 개선에는 일정 시차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사안은 철강사와 조선사 간 후판 가격 협상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 업체의 후판 수익성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였으며 열연강판에 대해서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될 경우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열연강판은 후판보다 비중이 높아 양사의 실적 개선 기여도는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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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증권) |
◇ 철강업종, 단기 트레이딩 기회 존재
미국 정부는 3월 12일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예외 조치 없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예외 조치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한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EU, 일본, 영국, 호주 등에 대한 보호무역 강화 조치로 해석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철강사들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 대비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예외 조치를 받아왔던 국가들이 미국 철강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었기에, 일괄 관세 부과 결정 이후 미국 철강 가격이 상승하며 한국 철강업체들의 미국향 수출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철강 산업 내에서 보호무역 흐름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후판 생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회복 이상으로, 글로벌 철강 산업 흐름의 변화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 외에도 작년 12월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 및 일본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조사 요청 또한 무역위원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백재승 연구원은 "시기적으로 3월 중국 전인대가 다가오고 있어 중국의 부양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여전히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트레이딩 기회가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