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만원 이하 주문 찾기도 힘든데"…배민, 수수료 면제 실효성 논란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6 08: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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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4000원 시대, 1만원 면제"
'울며 겨자 먹는' 점주들
배달의민족.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1만원 이하 주문 중개수수료 면제' 정책이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 채 여론 무마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배달앱 최소주문금액이 평균 1만4000원대인 현실에서 1만원 이하 주문 자체가 극히 드물어 적용 가능한 주문이 사실상 전무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44% 폭증한 수수료 인상으로 업주들을 옥죄던 배달의민족이 뒤늦게 내놓은 이번 대책은 오히려 독과점 지위를 악용한 기만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 "1만4000원 시대, 1만원 면제"

24일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4년 하반기 전국 외식업 배달앱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는 배달의민족 정책의 허구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평균 최소주문금액은 1만4079원, 쿠팡이츠 1만4404원, 요기요 1만4724원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공공배달앱도 1만3589원으로 집계돼 모든 배달앱에서 1만원 이하 배달 메뉴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화요리, 치킨, 분식 등 주요 외식업종 전반에서 최소주문금액이 1만원을 초과하는 것이 보편화됐고, 일부 디저트와 커피류에서만 간헐적으로 1만원 이하 주문이 가능한 수준에 그쳤다.

이는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조사에 응답한 점주의 34.8%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최소주문금액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업주들은 "이미 소액 주문 자체를 받지 않는 구조가 정착돼 있어 단순한 수수료 면제로는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최소 주문금액이 2만원부터 시작하는데,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한 수수료 면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1만원 이하의 주문 중개 수수료 면제와 더불어 1만5000원 이하 주문에 대한 차등 인하를 하는 만큼 많은 업주분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작 1만원 이하 주문 자체가 거의 없다는 지적에는 "최근 한 그릇 카테고리를 비롯해 1만원짜리 이하의 메뉴들도 조금씩 생기고 있는 추세"라며 "수수료가 면제가 시행되면 더 많은 1만원 이하 메뉴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면피용 대책' 지적도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8월 배달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44% 증가에 해당하는 폭증이었다.

당시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글로벌 지역 업체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며 수익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기업 DH의 심각한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DH의 부채 총계는 2018년 3억9000만 유로에서 2023년 88억3800만 유로로 폭증했고,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당기순이익 5062억원 중 4127억원(81.5%)을 독일 모기업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수수료 인상 직후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상생협의체가 마련됐고, 올해 2월부터 매출 수준에 따라 2.0~7.8%로 차등 적용하는 요금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매출 상위 구간에 있는 업주들은 주문 금액이 2만5000원 미만일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됐고,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결국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이번 '1만원 이하 수수료 면제' 정책이 합의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정책을 위해 3년간 최대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을 정책에 거액 지원을 약속하며 상생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계산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 '울며 겨자 먹는' 점주들

배달의민족의 이번 정책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시장점유율 61.4%의 압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은 배달앱 없이는 장사가 어려운 현실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의민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수료 부담은 최소주문금액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이중가격제' 확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1만원 이하 소액주문 수수료 면제 정책이 오히려 다른 곳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달의민족이 소액주문 수수료를 면제하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메우려 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소비자나 배달 라이더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한 대안으로 1만원 이하 소액 주문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 디저트·커피 등 소액 주문 중심 업종에 대한 시범 적용, 실효성 검증을 위한 업주 협의체 구성 등을 제시했다.

단체는 "배달 수수료 정책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진정한 상생으로 작동하려면, 업주와 소비자 모두의 주문 구조를 면밀히 반영한 정교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수수료 상한제' 입법도 하반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온라인플랫폼사업자의 수수료율 상한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1만원 이하 주문 중개수수료 면제'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적용 가능한 주문 자체가 매우 드문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평균 최소주문금액이 1만4000원대에 달하는 현실에서 1만원 이하 수수료 면제는 대부분의 업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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