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6723 JP), 매출 목표 연기…전기차 전략 실패 후 '원점 회귀'

우소연 특파원 / 기사승인 : 2025-06-27 0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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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르네사스)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장기 목표 달성 시기를 5년 연기한다고 26일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전했다.


이는 전기차(EV) 시장 확대를 노린 성장 전략이 실리콘 카바이드(SiC) 파워 반도체 진출 포기로 좌절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르네사스는 강점인 산업기기용 반도체 조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모델로 회귀할 방침이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르네사스는 2022년 설정한 2030년 매출액 200억 달러(약 2조 9000억 엔), 시가총액 10조 엔 이상 목표를 2035년으로 수정했다. 

 

목표 수정 발표 후 주식 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르네사스 주가는 전날 대비 236엔(12%) 하락한 1735엔으로 마감했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사장은 "장기 목표 설정 당시와 비교해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정면으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르네사스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SiC 파워 반도체는 전압 제어에 사용되며, 기존 실리콘 소재보다 큰 전류를 견딜 수 있어 전기차 주행 거리 연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르네사스는 2025년 초 다카사키 공장(군마현 다카사키시)에서 SiC 제품 양산을 계획했으나 개발을 중단했다. 

 

또한,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내압 실리콘제 파워 반도체 개발 일부도 중지했으며, 6월 말에는 파워 반도체 담당 임원을 사실상 해임할 예정이다. 다만, 실리콘제 파워 반도체와 질화 갈륨(GaN) 소재 차세대 제품 생산은 계속된다.

SiC 제품은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의 채용 확대로 수요가 급증했으나, 보조금 종료와 차량 가격 상승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기업들이 웨이퍼와 칩 생산을 늘리면서 SiC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변모했다는 것이 르네사스 측의 설명이다.

르네사스는 SiC 웨이퍼 공급을 위해 미국 울프스피드에 예치금을 지불하고 10년간 웨이퍼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울프스피드가 실적 악화로 미국 연방 파산법 11조(챕터 11) 적용을 받으면서 예치금을 회수하지 못해 2025년 1~6월기에 2500억 엔의 손실을 계상할 예정이다.

최근 3년간 르네사스의 순이익 평균은 약 2700억 엔이었으나, 2500억 엔의 손실이 발생하면 연간 이익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SiC 시황 예측 실패와 거액 손실 계상은 시바타 사장 체제에서 겪는 최대의 좌절로 평가된다. 

 

INCJ(구 산업혁신기구) 출신인 시바타 사장은 2013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르네사스에 합류, 2019년 사장 취임 후 실적 확대를 이끌어 주가를 2012년 5월 상장 이후 최저가(198엔) 대비 2024년 7월 약 17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향후 르네사스는 'Back to Basic(원점 회귀)' 전략에 따라 강점인 제어용 마이크로컴퓨터를 다른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르네사스 측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제안함으로써 반도체 단품 판매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동작 검증을 르네사스 측에서 담당해 고객의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칩이 없어도 가상 공간에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판매하여 고객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 마이크로컴퓨터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르네사스는 중장기적으로 매출액으로 연결되는 비율을 10~15%까지 높일 계획이다.

르네사스는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TI는 산업기기 및 차량용 반도체 최대 업체로, 파워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어려운 실리콘, SiC 대신 GaN 기반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 아날로그 반도체와 결합 판매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TI는 고객의 3분의 2가 중소기업으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44% 수준으로 르네사스(약 20%)의 두 배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약 27조 엔으로 르네사스의 약 7배 수준이다.

르네사스는 향후 성장을 위해 영업이익률 목표 하한을 5% 낮추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바타 사장은 "이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라며 "성장을 확실히 하려면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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