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파경제=우소연 특파원] 자동차 부품 대기업 마렐리 홀딩스(구 칼소닉 칸세이)가 일본 민사재생법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 11) 적용을 신청하며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전했다.
11일 마렐리는 사적 정리 협의가 난항을 겪어 법원의 관리하에 사업 지속과 재건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닛산 자동차의 경영 문제가 부품 업체의 법정 관리로 이어진 사례로 분석된다.
마렐리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파산 법원에 챕터 11 적용을 신청했다.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닛산의 생산 조정으로 실적과 자금 흐름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650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렐리는 2022년에도 경영 파탄을 겪은 바 있어, 이번 챕터 11 신청은 이례적인 재파탄으로 평가된다.
데이비드 슬럼프 마렐리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번 챕터 11 신청이 사업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챕터 11 적용이 승인되면 마렐리의 자산은 법원의 관리하에 보전된다.
마렐리는 당면한 자금 확보를 위해 11억 달러(약 1600억 엔) 규모의 연결 융자를 확보했다. 자금 출자에는 미국 펀드 스트래티지크 밸류 파트너스(SVP)와 해외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외자 연합이 참여했다. 향후 경쟁 입찰을 통해 스폰서가 결정될 예정이며, SVP 등이 주축이 된 외자 연합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렐리는 2017년 3월, 미국 투자 펀드 KKR이 칼소닉 칸세이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2019년 5월에는 구 마니에티 마렐리와 통합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어 2022년 8월, 간이 재생 절차를 통해 도쿄 지방 법원으로부터 재건 계획 인가를 받았다. 당시 부채 총액은 약 1조 2000억 엔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전후 최대 규모의 경영 파탄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닛산과 스텔란티스 등 주요 거래처의 판매 부진으로 자금난이 심화됐다. 일본 정책투자은행(DBJ)이 자산 매각을 제안하고, 외자 금융 연합이 추가 융자를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재건 방안 모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마렐리는 지난 5월 26일, DBJ와 해외 펀드 등 약 10개 채권단을 대상으로 채권자 집회를 열고 인도 자동차 부품 대기업 마더산 그룹에 의한 인수를 통한 사적 정리 방안을 제시했다.
주채권은행인 미즈호 은행과 국제협력은행(JBIC)은 사적 정리에 찬성했으나, SVP 등 외자 측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사적 정리는 전체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이달 9일까지로 예정된 마렐리의 사적 정리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채권단은 법정 관리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마렐리는 전 세계 23개국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약 4만 5000명에 달한다. 회사 측은 다수 국가에서 자산 및 채권 보전이 용이하고 사업 지속을 위한 자금 확보가 유리한 챕터 11이 일본 민사재생법보다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렐리가 챕터 11 신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DBJ는 마더산 그룹을 중심으로 한 경영 재건 방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외자 연합이 향후 자금 공급에 대한 독자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채권 포기 수준 및 신규 자금 기여 조건 등에서 양보하면서 미즈호 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들도 외자 연합의 방안으로 기울었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11일, 마렐리에 대한 총 2376억 엔 규모의 채권에 대해 회수 불능 또는 회수 지연 우려가 있다고 공시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