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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라피더스가 양산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전했다.
공장 가동 후 불과 3개월 만에 시제품을 공개하며,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이케 준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지난 7월 10일, 시제품인 2나노미터(nm)급 반도체의 동작을 확인한 후 "기념할 만한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는 통상 반년이 걸리는 시제품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으로, 라피더스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라피더스가 이처럼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개발 지연 시 해외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고객 확보 및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나노 반도체 제조 공정은 2000개가 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라피더스는 2027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수율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라피더스가 단기간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 공장 가동 전 미국 IBM 및 국내 장비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일부 조건 출고를 완료했다.
둘째, 웨이퍼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완전 잎식' 제조 라인을 구축하여 웨이퍼 처리 속도를 TSMC 대비 2~3배 향상시켰다.
셋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웨이퍼의 두께, 치수, 제조 장비 신호 등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딥러닝 오토메이션부'를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판매액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은 라피더스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라피더스의 다카하시 히사시 생산기술부장은 "개발품을 실제로 양산에 적용하는 기술력은 일본이 세계 최고"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피더스 공장 가동에 앞서, ASML은 통상 반년이 걸리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치 설치를 4개월 만에 완료하여 라피더스와의 협력을 과시했다.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는 라피더스 공장을 시찰한 후 "마치 픽션 같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나노 반도체 양산은 TSMC 등 소수의 기업만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로, 일본 기업은 2000년대 이후 대만,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최첨단 양산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5년 1분기 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67.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라피더스의 성공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해 온 일본 장비·소재 제조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니혼 인쇄는 2나노 회로를 웨이퍼에 전사하기 위한 '포토 마스크' 개발을 시작하여 2027년 라피더스에 공급할 예정이다.
라피더스가 지난 18일 공개한 공장 내부 영상에는 ASML의 노광 장치 외에도 도쿄 일렉트론, 캐논 등 일본 기업의 장비들이 등장했다.
도쿄 일렉트론은 2024년 11월 치토세시에 장비 설치 및 유지 보수 거점을 개설하고 엔지니어 수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서는 라피더스의 양산 기술 확보와 더불어 폭넓은 산업 분야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높은 세계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경쟁사들의 추격 또한 거세다.
라피더스가 최첨단 제품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일본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