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월경 빈곤 문제는 2016년에 이미 드러났지만, 10년 동안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청소년 보편 지급은 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3년째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있다”_서정희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내 생리대 가격의 높은 수준을 지적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 나라 등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3곳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4일 업계는 밝혔다. <2025년 12월 24일자 공정위, 고가 생리대 논란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 나라’ 현장 조사 개시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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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이번 조사는 생리대 가격이 담합이나 가격 남용에 의해 부당하게 책정되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가격, 거래 조건, 거래량 등을 제한하는 행위(카르텔 또는 담합)와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 유지, 변경하는 행위(가격 남용)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공정위는 시정 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공정위는 유기농 소재나 한방 관련 재료를 사용했다고 표기된 고가 생리대 제품에 대해 실제 해당 자재가 사용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만약 제품의 소재 표기가 사실과 다를 경우,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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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가 그렇게 비싸다면서요"라며 "조사 한번 해 봐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한 바 있다.
<알파경제>는 서정희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를 만나 월경 빈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생리대 가격 폭리 구조, 현 생리용품 바우처 제도의 한계, 소득 기준별 지원방식의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인터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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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1.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선 단체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신 것 자체가 매우 환영하고 반가운 일이다. 생리대 가격은 여성의 건강권, 생존권, 존엄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예를 들면 학생, 공부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교육권과 연결되고,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권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
이런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국가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그러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굉장히 반갑고 기대하고 있다.
2. 이번 지시가 일회성 언급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금 공정위에서 왜 생리대 가격이 이렇게 비싼지 알아보라고 하신 상황이다. 사실 저희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희도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지만, 단체 입장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어서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23년에도 저희가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월경용품 업체들과 접촉을 했었는데, 업체들이 나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했고, 가격 구조나 유통 과정 같은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국가가 개입해서 조사를 하게 되면 훨씬 더 명확하게 이유를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국가적 개입을 통해서 생리대 가격이 비싸진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는 예전에 장혜영 의원이 가격 안정화법이라는 것을 추진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국가가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생리대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가 되어 있고, 실제로 법안을 발의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그런 예시들을 함께 확인하고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3. 정부가 가격 조사 이후 반드시 검토해야 할 정책 수단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단체에서는 생리대 가격 못지않게 계속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생리대의 안전성이다.
대통령이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지만, 핵심은 안전하고 저렴한 생리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생리대 가격만 낮아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안전한 생리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본질이다.
첫 번째로는 안전한 생리대가 생산되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부작용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품이 그에 따른 적정한 가격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가격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사실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식약처에서 모니터링과 성분 조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여성들은 여전히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가격이 반드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가격 조사를 한다고 해서 바로 가격 조정이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그 사이 공공생리대 비치 정책을 다시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정부 기관이나 주요 시설 등에 생리대를 비치해 시급한 상황에서 누구든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월경용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장의 월경 빈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다.
4. 국내 기업의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약 40%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이 부분은 기업들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고, 실제로 기후 위기로 면화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나 파키스탄 같은 주요 생산국에서도 면화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생리대 가격이 오른 측면은 분명히 있다.
두 번째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다. 한국은 2004년에 생리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 나라다.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핑크택스’를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이미 면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 생필품이기 때문에 면세를 해줬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건 이상한 구조다.
생리대는 여러 회사에서 만들지만,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23년 토론회 자료에서도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결정권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조는 국가의 개입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프리미엄 생리대 소비 경향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기농이나 고가 생리대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조금 더 크다. 면화나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프리미엄 생리대가 정말 더 안전한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포장을 보면 ‘유기농’이라고 크게 적혀 있지만, 작은 글씨로 ‘커버만 유기농’이라고 적힌 경우가 많다. 커버 한 장 때문에 수십 원에서 100원 가까이 더 내야 하는 구조다.
한국 소비자들은 생리대 안전성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데, 저는 이것이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안전을 믿지 못하니까 더 비싼 비용을 내고 안전을 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고,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생리대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줘야 가격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가격 조사와 병행해 즉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격 조사를 한다고 해서 바로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그래서 그 사이에 당장 검토해야 할 정책이 공공생리대 비치 정책이다. 예전에 정부기관이나 주요 시설에 공공생리대를 비치하는 정책이 있었는데, 지금은 있다가 없다가 사라진 상태다.
공공생리대는 시급한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생리용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당장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다.
지금 당장의 월경 빈곤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격 조사 이후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공공생리대 정책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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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6. 현재 생리용품 바우처 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문제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원 연령이 24세까지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정 같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빠진다.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많고, 선별 지급이다 보니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래서 저희 단체는 계속 보편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을 굉장히 많이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작년에 진행한 사례 조사에서 여러 사례를 접했다.
가정폭력으로 탈가정을 한 청소년이 있었는데, 차상위 계층도 아니고 한부모 가정도 아니라는 이유로 생리용품 지원을 받지 못했다. 1인 가구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 놓여 있었다.
또한 23살 대학생인데 돈이 없어서 탐폰 하나, 중형 생리대 하나로 24시간을 버텼다는 사례도 있었다.
나중에는 제품이 샐 때까지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생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 소득이 기준을 살짝 넘지만 집에 빚이 많아 생리대 구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있고, 한부모
가정에서 아버지가 바우처 카드를 직접 관리하며 자녀가 원하는 제품을 사주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 사례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히 소득 기준으로 월경 빈곤을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8. 소득 기준 선별 지원 방식이 갖는 구조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소득 기준만으로는 월경 빈곤을 판단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월경 빈곤을 ‘먹을 것과 월경 용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한국에서는 극빈 상태만을 월경 빈곤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선택하고 생리용품을 줄인다. 이런 상황도 월경 빈곤으로 봐야 한다.
소득 기준으로 자르면 차상위 계층보다 조금 위에 있거나, 빚이 많거나, 부모가 경제권을 완전히 쥐고 있는 경우처럼 언제든 월경 빈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편 지급이 월경권을 확대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9. 생리대 가격 논란을 계기로 사회가 반드시 바꿔야 할 인식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곳이 없듯이, 월경하는 사람에게 생리대는 휴지와 같은 생필품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 화장실 휴지 비치 때도 '다 가져가면 어떡하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해지지 않았나.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인식, 그리고 안전한 생리대가 기본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확산되어야 한다.
10. 마지막으로 정부·국회·기업에 각각 한마디씩 한다면요?
정부와 국회에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되길 바란다. 월경 빈곤 문제는 2016년에 이미 드러났지만, 10년 동안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청소년 보편 지급은 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3년째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있다.
법을 만들었으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당연한데, 월경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고 생각한다. 약속한 정책은 반드시 실행되길 바란다.
기업에는 무엇보다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생리대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여성의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격 조정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길 바란다.
알파경제 문선정 기자(press@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