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의 손바닥 칼럼] ② 리야드에서 한반도까지

김교식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0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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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리=김교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만큼 극과 극을 달리하는 사람도 없을듯싶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미국은 물론 세계,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았을 때, 트럼프가 지난 5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행한 역사적인 ‘리야드연설’은 중동 위기가 도래한 현재까지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두 차례에 걸쳐 이의 함의를 밝히고자 한다. <2025년 6월 20일자 [최요한의 티키타카 토크] ①트럼프의 ‘리야드 연설’의 파격 참고기사>


네타냐후의 도박? 도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시설이 조성되었다고 알려진 ‘나탄즈’를 표적으로 삼으로써 "이란의 무기화 프로그램의 심장부를 공격했다"라며 사망한 이란 측 핵 과학자들은 "폭탄을 연구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달 동안 우라늄 금속 노심과 핵폭발을 촉발하기 위한 중성자원 발생장치 등을 포함해 "핵폭탄에 적합한 무기 부품을 생산하려는 이란 정권의 노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던 1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이 무기화를 앞두고 있다는 명확하거나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즉, 미국이 파악하고 있기에 이란의 일부 핵 활동을 폭탄 개발에 적용할 수 있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주요 무기화 활동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증언은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말이다.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미 의회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2003년에 중단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란과 핵 협상에 나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니까 네타냐후가 어쩌면 정치적 목적으로 도발을 한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든다. 나 네타냐후, 언제든 중동에서 ‘깽판’ 칠 수 있다. 우리 이스라엘을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이건 도발이자 도박이다. 실제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국내 지지도는 형편없으며, 전쟁 후에는 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입장

아이러니하게도 아랍의 다른 국가들은 영화관에서 '팝콘을 들고' 관망하는 자세와 같다고 한다. 시아파 맹주 이란의 팽창도, 역내 패권 국가 이스라엘의 독주도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고, 강 對 강의 충돌로 서로의 힘을 빼주길 은근리 바라는 복잡한 속내가 깔려 있다고 보인다.

한편 명령 하나로 현재 이란을 폭격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신중한 태도다. 하마스나 헤즈볼라와 달리, 이란은 인구 1억에 자급자족까지 가능한 거대 국가다.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장기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서 이제 이 전쟁의 향방은 미국의 지원 수준이라는 마지막 변수에 달려있다. 아랍 전체가 아니, 전 세계가 숨을 죽인 채, 이 거대한 폭풍의 눈이 어디로 달려갈 것인지 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야드연설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지금 상황에서 리야드연설은 파국을 맞은 것 같지만, 트럼프가 이란 공격의 단추를 누르지 않고 다른 지혜로운 결정을 한다면, 여전히 리야드연설은 아랍을 넘어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리야드연설’ 그 자체의 역사적 함의에 대해 정리해보자.

첫째, 미국의 쇠퇴와 다극화 인정 / 트럼프의 리야드연설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아님을 인정하고, 각국의 자율적 질서 재편을 용인하는 변화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언과 미국 이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다극화는 자연스레 인정된다.

둘째, 네오콘 및 기존 외교 노선과의 결별 선언 / 트럼프는 네오콘 등 과거 미국의 ‘가치 외교’와 결별을 선언하며, 실질적 이익에 기반한 외교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시리아 제재 해제가 실현 된 것이며, 비록 현재까지는 실패라 할 수 있지만, 이란과의 외교적 타결을 모색한 것이다.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셋째, 지역 자율성 및 전통 존중 강조 / 트럼프는 “평화, 번영, 진보는 여러분의 유산에 대한 근본적 거부가 아니라, 여러분이 사랑하는 국가적 전통과 유산을 포용하는 데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즉, 아랍의 운명은 아랍 인민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외국의 가치나 이념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장사를 잘하려면 현지화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장사의 천재다. 자연스레 미국의 아랍 개입 축소 선언이 뒤따라 나오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장기적 개입과 네오콘의 간섭주의 외교를 명확히 비판했다.

넷째, 아랍 지역 내 미국의 역할 재정의 / 트럼프는 리야드연설 직후 이스라엘을 패싱했다. 후티 반군과 휴전을 꾀했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이란과의 외교적 타결을 강조하면서 기존 동맹 중심의 일방적 정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열받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아랍 국가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러기에 리야드연설을 지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의미를 한반도로 고스란히 옮겼을 때, 꽁꽁 얼어버린 한반도를 녹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리야드연설의 기조를 한반도 정세에 연계시키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야드연설의 기조가 한반도에 적용된다면

첫째, 미국의 글로벌 개입 축소와 한반도 영향 / 트럼프가 연설에서 "아랍의 운명은 아랍 인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힌 것처럼, 한반도 문제 역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직접 개입'을 줄이고, 남북 당사자 또는 동북아 국가들의 자율적 해결을 더 중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의미화할 수 있다.

둘째, 냉전체제 해체와 한반도 변화 / 트럼프의 리야드연설은 미국 중심의 냉전체제 질서의 해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 구도가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미국이 기존의 군사적·안보적 틀을 재조정한다면, 당연히 한반도에도 구조적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국교 수립 등 파격적 조치를 추진할 경우, 한반도는 새로운 질서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셋째, 중국 견제와 북한 활용 / 트럼프가 마음이 착해서 북과 소통하려는 게 아니다. 2018년 회담의 실패는 분명히 부담이지만, 그럼에도 북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은 명확한 목표가 있다. 바로 중국 견제라는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순망치한(脣亡齒寒)에서 입술 역할을 하는 북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예상치 못한 변화, 예를 들어 북미정상회담 재개, 북에 대한 국제제재 완화, 남북 관계 개선 등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리야드연설은 한반도에도 '운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라는 메시지, 미국의 개입 축소, 탈냉전적 질서 재편 등 여러 측면에서 직접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출입하는 장애 기자가 조금 불편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그 장애 여성 기자를 조롱하며 흉내 내는 모습에 필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렇게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이다. 그런 모습에 쌍욕을 퍼부었지만, 그리고 필자로서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지만, 사우디 리야드의 연설 기조를 한반도에 적용 시킨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르며 지지하겠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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