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 = 김혜실 기자] 삼성전기가 1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AI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이번 수주는 단발성 공급을 넘어 장기 공급 계약(LTA) 체결, 팹리스 사업 모델 도입, 반도체 패키징 통합 솔루션 역량 확보로 삼성전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계약이 삼성전기를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구조적 성장 기업으로 재평가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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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
◇ AI 프로세서 필수재 '실리콘 커패시터' 영토 확장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약 1조 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단일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해 매출액의 13.8%에 달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총 2년간이며, 2027년 약 5000억~6000억원, 2028년 9000억~1조원 규모의 매출이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이는 전사 영업이익 기준 2027년 4% 내외, 2028년 6% 내외의 기여를 의미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기는 북미 고객사의 서버 CPU향 공급에 이어 두 번째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세라믹 유전체를 물리적으로 쌓아 올리는 기존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달리, 반도체 제조 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전체와 내부 전극을 형성하는 첨단 수동소자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세라믹 유전체를 물리적으로 쌓음으로써 용량을 키우는 MLCC와 달리 두께 50µm 수준까지도 박막화가 가능하므로 두께의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하며 전원의 안정화에 유리하다"라며 "MLCC 대비 고신뢰성·초소형을 요하는 극소한 사용처에 사용되는 보완재적 성격의 제품이며 고밀도 설계가 요구되어 MLCC가 대체되기 어려운 AI 프로세서, 모바일 AP 등에서 수요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퍼시터 비즈니스에서 팹리스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디자인/테스팅만 진행하면 되므로 추가적인 제조설비 투자 없이도 매출액이 크고,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라며 "실리콘 캐퍼시터는 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삼성전기의 관련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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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의 FC-BGA 기판. (사진=삼성전기) |
◇ '선수주·팹리스' 모델로 전환해 구조적 성장 진입
이번 수주로 삼성전기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경기 민감성 비즈니스 구조가 예측 가능한 구조적 성장 모델로 변화할 수 있게 됐다.
수동소자 시장에서 이처럼 2년 치 물량을 선제적으로 묶어두는 장기 공급 계약(LTA)이 체결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첨단 패키징에 필요한 핵심 소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기의 기술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또 이번 실리콘 커패시터 사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기존의 자본집약적 제조 방식 대신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팹리스 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삼성전기는 고난도의 디자인과 품질 테스팅, 검증 단계만을 자체 수행하고 생산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등에 위탁하는 구조다.
감가상각비나 가동률 하락에 따른 리스크 없이 파운드리 발주 조절만으로 급증하는 AI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기업의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기존 사업 대비 구조적으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수동소자 사업에서 LTA 거래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 전방 고객들이 FC-BGA CapEx를 분담한다는 점은 삼성전기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시클리컬 성격에서 점차 예측 가능한 구조적 성장의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기판(FC-BGA), MLCC에 더해 실리콘 커패시터까지 대규모 공급하게 되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전력, 패키징 솔루션을 턴키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며 "AI 서버의 전력 전달 아키텍쳐와 패키징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기 가치는 더 빛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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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 종목진단 (출처=초이스스탁) |
◇ 증권사 목표주가 줄상향..."시가총액 100조 이상 무리없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KB증권과 DB금융투자는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각각 1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IM증권 역시 기존 11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목표가를 대폭 올렸다.
특히 KB증권은 실리콘 커패시터의 폭발적인 성장 여력을 반영하여 삼성전기의 향후 5개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CAGR) 추정치를 기존 +53%에서 +61%로 상향했다.
이창민 연구원은 "향후 시장 고성장 및 고객군 확대 등에 힘입어 실리콘 캐퍼시터 관련 실적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며, 특히 패키징 기판 내부에 실리콘 캐퍼시터를 내장하는 임베디드 기판은 삼성전기만의 유니크하고 강력한 제품이되어 AI 슈퍼 싸이클 수혜를 강하게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현지 연구원도 " 실리콘커패시터 매출 증분과 MLCC 단가 인상이 유통채널에서 감지됐다는 점을 반영해 이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상향한다"라며 "컴포넌트와 패키지솔루션 모두 업황 변곡점에서 선두권 지위를 유지하는 글로벌 유일한 업체라는 점에서 목표 시가 총액 120조원을 제시한다"라고 덧붙였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