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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의 재무 악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강등이 속출하거나 재무 부담에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계열사 재무 부담이 최대 주주나 모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금융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9일 보도했다.
◇ 채무에 몰린 SK이노베이션·CGV 유상증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1조 177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 이유는 투자자금 조달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이익 창출을 통한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 자본을 상환한다는 점,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캠퍼스 건립 등에 증자를 활용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특히 투자 예정인 신규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단시일 내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증자 이후 동일한 우려로 키움증권과 현대차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20만원 미만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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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
CJ CGV도 자금 조달을 위해 5700억원 주주배정과 4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CJ CGV는 2018년부터 5년 연속 순손실을 내면서 부채비율(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이 올해 1분기 기준 912%까지 뛰었다. 부채비율은 이번 자본 확충 이후 240%로 낮아질 전망이지만 주가는 연초 이후 40% 넘게 급락했다.
실제 증자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이 채무상환에 투입된다. 이번 자본확충으로 순차입이 줄어들면 이자 비용이 작년 809억원에서 개선 직후 505억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 잇따르는 대기업 신용등급 강등
대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무보증사채(SB)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먼저 지난 20일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부담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에 롯데지주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동반 강등됐고 롯데쇼핑, 롯데물산, 롯데렌탈 등 다른 계열사들도 연달아 등급이 강등됐다.
LG디스플레이와 효성화학 등의 기업들도 신용등급 하향 대상이 됐다. 이달 초 한신평과 나신평은 효성화학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LG디스플레이도 3개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일제히 하향 조정당했다.
부동산 업황 부진에 건설사들 역시 신용등급 하향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 이들 신평사는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모두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낮췄다. 비슷한 한신공영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강등당했다.
한기평은 태영건설에 대해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외형 성장 폭이 둔화할 것”이라며 “원가 부담,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주택수요 위축에 따른 분양률 저하 가능성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현금 흐름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재무악화 지주사나 계열사 확산될까 우려
전문가들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재무 악화가 지주회사인 모기업이나 다른 계열사의 자금 상황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지주는 2020년 이후 계열사 지분 인수와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자체 재무 부담이 커졌다”며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은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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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유상증자 이슈로 SK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SK는 SK이노베이션 지분 34.9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분율 유지를 이해 이번 SK이노베이션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역시 두 차례 걸쳐 자회사 SK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지속한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무리한 확장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대기업들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설사와 할부금융사, 중국 수급 영향을 받는 화학 등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저금리 시기에 투자를 확대한 대기업그룹 계열사들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자금난에 빠져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알파경제 김다나 기자(rosa33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