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딴 택지는 어디로?…공정위가 저격한 4가지 '부당지원'
“2세 회사 사업 PF대출 2조6393억원 전액 무상 보증”
대법원에서 뒤집힌 360억…'택지 전매'는 과징금 취소, 'PF 보증·공사 이관'은 확정
2010년대 초중반 중견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이후 이어진 총수 2세 회사로의 부당지원 의혹은 한국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편법 승계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호반건설에 역대 3위 규모인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최근 대법원은 공공택지 전매 등의 과징금을 취소하고 PF 무상보증과 공사 이관 행위만 위법으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비록 법원의 판단으로 과징금은 243억여 원으로 줄었고 사측은 승계 지원 논란이 해소됐다고 주장하지만, 2세 회사들을 키우기 위해 모기업의 신용과 사업기회가 동원된 본질적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알파경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지닌 의미와 한계를 짚어보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가 수년간 제동 없이 지속될 수 있었던 호반건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거버넌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① 호반건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② 414번의 결재는 누가 통과시켰나
③ 13개사를 뺀 기업집단 보고서, 감시망 밖에서 벌어진 일은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지난 2010년대 초중반, 공공택지 시장은 건설사들의 전쟁터였다. LH가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용지는 사실상 분양이익이 보장된 사업지였고, 중견 건설사들은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여러 법인을 입찰에 세우기 시작했다. 이 방식이 나중에 ‘벌떼입찰’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시공 능력이 전혀 없는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해 수십 개 법인을 한꺼번에 입찰에 참여시킴으로써 추첨 당첨 확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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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된 '벌떼입찰'…중견 건설사들의 영토 전쟁
경실련이 지난 2019년 LH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2008~2018년 분양된 공동주택용지 공급 현황’에 따르면, 호반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반도건설·제일건설 등 5개 중견 건설사는 이 방식으로 LH가 공급한 공공주택용지 전체 473개 필지 중 142개, 약 30%를 쓸어갔다.
호반건설도 계열사와 비계열 협력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았는데, 공정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0개 추첨 입찰에서 택지 하나를 낙찰받기 위해 평균 34개의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동원했다. 경쟁률이 평균 108대 1에 달하던 시장에서 확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였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서 시작됐다. 어렵게 확보한 택지와 사업기회가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조사에 착수해 2022년 3월 본사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2023년 6월 15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제재한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으로는 ▲삼성웰스토리(2349억 원) ▲SPC그룹(647억 원)에 이은 역대 3위 규모였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는 네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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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어렵게 딴 택지는 어디로?…공정위가 저격한 4가지 '부당지원'
첫째는 입찰신청금 무상대여다. 호반건설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 4개월에 걸쳐 장남 김대헌 사장 측 호반건설주택, 차남 김민성 측 호반산업 등 19개 회사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때 필요한 신청금을 414회 무상으로 대신 냈다. 총규모는 약 1조5753억 원이다. 자체 자금력으로는 입찰판에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들을 수년간 경쟁 무대에 세워둔 돈이었다.
둘째는 공공택지 전매다. 호반건설은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확보한 공공택지 23개를 장남 김대헌 소유 호반건설주택과 스카이건설·스카이리빙·스카이주택·스카이하우징 등 5개사, 차남 김민성 소유 호반산업과 티에스건설·티에스광교·티에스리빙 등 4개사, 총 9개 회사에 넘겼다.
공정위는 이 택지들이 모두 호반건설 내부 사업성 검토에서 이익이 예상된 곳이었다고 봤고, 9개 회사가 이 사업들을 통해 거둔 분양매출은 5조8575억 원, 분양이익은 1조3587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급가격 그대로 전매한 행위를 과도한 경제적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없다’며 관련 과징금 360억 원 전액을 취소했다. 2025년 11월 20일 대법원도 이 판단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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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민성 호반그룹 부사장. (사진=생성형 AI 제미나이) |
◇ “2세 회사 사업 PF대출 2조6393억원 전액 무상 보증”
셋째는 PF 지급보증이다. 호반건설은 2014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약 4년간 2세 회사들이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 대출 2조6393억 원 전액에 무상으로 보증을 섰다. 건설업에서 시행사의 신용은 곧 자금조달 능력이다. 2세 회사들은 자체 신용만으로는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금융비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 호반건설 이름을 등에 업고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해당 사업에서 평균 17.5%의 공사만 도급받고도 전체 PF 대출 전액에 무상 보증을 선 사례를 특히 문제 삼았다. 공사 물량은 조금 가져가면서 신용위험은 전부 떠안은 구조였다. 법원은 이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했고, 관련 과징금 149억7400만 원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넷째는 공사 이관이다.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이 종합건설업 면허를 새로 취득하자, 호반건설은 동사가 이미 수행 중이던 공동주택 건설공사를 중도에 타절하고 이들 회사에 넘겼다. 공정위가 산정한 규모는 936억 원이다. 공정위 브리핑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시공계약상 정당한 사유 없이 타절을 진행했고 내부적으로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수익이 확보된 공사를 스스로 내려놓고 2세 회사로 넘긴 행위의 위법성도 법원에서 인정됐다. 관련 과징금 93억6700만 원 역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정위가 부과한 608억 원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지한 과징금은 243억4100만 원이었다.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에 대한 과징금은 취소됐고, PF 무상보증과 공사 이관은 부당지원으로 확정됐다. 호반건설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2세 승계 지원 논란이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처음 문제 삼은 네 가지 행위 중 두 가지에 대해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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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대법원에서 뒤집힌 360억…'택지 전매' 과징금 취소, 'PF 보증·공사 이관' 확정
그러나 법원의 판단이 갈렸다는 사실이 사건 전체를 덮지는 않는다. PF 무상보증과 공사 이관만 놓고 봐도, 호반건설이 수년에 걸쳐 총수 2세 회사들에 신용과 사업기회를 넘기는 동안 회사 내부에서 이를 멈춘 장면이 없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는 알파경제에 “2세 회사들이 자체 신용으로는 금융시장에 발조차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굴릴 수 있었던 건 호반건설의 신용이 뒤를 받쳤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오래 지속됐는지 그 거래들이 통과된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들여다봐야 설명된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문선정 기자(moonsj@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