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재도입 저울질, '금기'의 러시아산 원유
경제성을 무기로 삼은 기술적 시험대, 중남미 원유
벼랑 끝 생존 전략, 석유 안보의 새 판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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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민영 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대한민국 석유 안보에 적색경보가 켜졌습니다.
실질적인 국내 석유 비축분이 68일 치에 불과한 벼랑 끝 상황에서, 주요 정유사들은 중동 중심의 원유 도입망을 미국과 중남미로 넓히는 것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금기시됐던 러시아산 원유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알파경제는 해외 주요 에너지 분석 기관들의 리포트와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원유 및 에너지원 도입선 다변화 실태를 심층 분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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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대체 불가의 핵심 방패, 미국산 원유 및 에너지원
중동발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우리 정유업계의 가장 든든한 대안 역할을 해온 것은 미국산 에너지원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4년 기준 하루 1천32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석유수출국기구(Non-OPEC)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80%를 훌쩍 넘던 우리나라의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 언저리까지 낮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 역시 미국산 경질유(WTI) 도입 확대에 있습니다. 중동의 공급 불안이 커질 때마다 미국산 원유는 즉각적인 대체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석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에서도 미국은 중요한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S&P 글로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와 LNG의 약 20%가 이동하기때문에 해협 봉쇄 시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는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을 꾸준히 늘려 수급 충격을 일정 부분 상쇄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원유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는 미국산 에너지만으로 가파른 글로벌 공급 감소 폭을 온전히 방어하기 어렵다는 뚜렷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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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의 재도입 저울질, '금기'의 러시아산 원유
현재 가장 파격적이고 주목할 만한 변화는 러시아산 원유의 재도입 움직임입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 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분석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상업용 원유 재고가 이르면 6월 중순경 정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운영 스트레스(Operational Stress) 임계점인 76억 배럴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극단적 물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구매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마침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의 해상 운송 및 판매에 대해 한시적인 제재 유예 조치를 내리면서 명분도 생겼습니다. 단 한 방울의 원유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외교적 리스크를 뛰어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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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경제성을 무기로 삼은 기술적 시험대, 중남미 원유
미국산 원유 쟁탈전이 치열하고 러시아산 도입에 여전히 외교적 딜레마가 따르는 상황 속에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로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중남미 원유는 운송 기간이 길어 물류 시차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원유 가격 자체가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어 고유가 시대에 확실한 마진을 보장한다는 경제적 실익이 큽니다.
다만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마치 갯벌처럼 끈적한 초중질유라는 점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 이를 국내 정제 설비에 투입하려면 수출입 단계에서 묽은 미국산 경질유 등과 섞는 고난도의 블렌딩 공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높은 황 함량과 금속 불순물로 인한 설비 부식 위험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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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벼랑 끝 생존 전략, 석유 안보의 새 판 짜기
현재 대한민국 정유업계는 ▲지정학적 셧다운 우려가 있는 중동 ▲수급 물량에 한계가 있는 미국 ▲외교적 제재 리스크를 안은 러시아 ▲정제 기술적 난도가 높은 중남미라는 4개의 고차원 퍼즐을 두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경고하듯 유가 폭등을 넘어선 물리적인 물량 쇼크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기술적 까다로움과 외교적 딜레마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과 러시아, 중남미를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다변화를 이뤄내는 것만이 대한민국 석유 안보를 지켜낼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알파경제 김민영 기자(kimmy@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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