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K 수뇌부가 새해부터 ‘AI 원년’을 외치는 이유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8 08: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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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을 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가뭄에 콩나듯 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소식이 들려왔고,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의 눈에 띄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바로 SK텔레콤 유영상 대표가 인공지능, AI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기업들과 손을 잡는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요. 유영상 대표의 얘기를 잘 살펴보면 해외기업들과 손을 잡고 싶다는 희망 섞인 바램일 뿐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은 없었습니다. 스타트업 몇 곳이 전부였죠.

유영상 대표는 이메일 신년사에서도 “2023년을 AI 컴퍼니로 도약과 전환하는 비전 실행의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전임 SK텔레콤 대표이사였던 박정호 부회장 역시 앞선 2020년 AI컴퍼니 얘기를 꺼냈고, 그보다 앞서 최태원 회장도 AI를 화두로 던진 바 있습니다.

그룹 총수와 넘버 2까지 2~3년 전부터 AI를 외쳐왔는데, 유영상 대표는 또 다시 ‘AI 원년’을 뒷북치 듯 외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AI는 자연어 처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얼마나 쌓이는지가 중요한데, SKT는 그 정도 경험치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취재결과, 이 관계자가 말한 자연어 처리 DB는 대부분 교통지도 T맵을 통해 축적된 것입니다. 보다 고난도의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AI스피커 누구(NUGU)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죠.

‘누구’는 계열사 호텔인 워커힐 호텔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종효 ISD기업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SKT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중 가장 많은 호출부호는 바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인공지능 스피커의 실패는 자연어 처리 DB가 절실한 SKT AI 전략에 치명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숨겨진 사실이지만, SKT가 몇 년째 AI기업 원년을 외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제휴인데요. 머나먼 미국 땅까지 가서 유수의 AI기업과 열린 자세로 협업하겠다는 SKT에 ‘무슨 뜬금없는 얘기인가’라며 의문을 품으실 텐데요.

SKT가 AI에 막 발을 내딛는 시점에, 그러니까 세계적으로도 자연어 처리 DB가 풍부한 네이버가 전략적 제휴를 먼저 제안합니다.

그 당시 대표이사는 그룹의 넘버2인 박정호 부회장이었는데요. 박 부회장은 네이버 제안을 고심 끝에 거절하고, 자체 AI 기술확보를 선언합니다.

당시 네이버를 지렛대 삼아 구글에 ‘무한 구애’를 하던 LG그룹은 난리가 났었죠. 박정호 당시 SKT사장의 제휴 불가 선언에 LG 넘버 2였던 권영수 부회장이 네이버 CEO를 독대한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후 SKT는 독자적인 AI 기술 확보를 위해 팀 수준이었던 AI 인력을 400명까지 급속히 늘립니다. 그 이후에는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 모르겠지만요.

이 때문인지 네이버는 올해 CES에서 SK만 쏙 빼고,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의 AI협업을 확대하면서 보란 듯 달라진 자신들의 위상을 과시했다는 후문입니다.

돌고 돌아서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는 네이버 AI제휴 해프닝 3년은 족히 지난 올해에도 ‘AI 원년’을 외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제 발로 굴러온 기회를 잡지 못한 채 헛발질만 하는 건 아닌지, AI 원년이 아닌 AI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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