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L홀딩스, 자사주 무상 출연 논란…"정몽원, 지배력 강화 꼼수 주주가치 내팽개쳐"

김영택 기자 / 기사승인 : 2024-11-25 08: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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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재단 설립 47만여주 자사주 무상 출연…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도 불가능
"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 상법 개정 서둘러야"
정몽원 HL홀딩스 회장 (사진=HL홀딩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 출연 결정이 '밸류업 역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재단에 넘기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되고, 일반 주주들은 이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HL홀딩스의 경우 상법 개정 전에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서둘러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비영리재단 설립 47만여주 자사주 무상 출연…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도 불가능

HL홀딩스는 최근 "최소 5년간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은 이런 HL홀딩스의 조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막대한 금액의 자사주를 재단에 기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사회가 특정 대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시 말해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재단에 증여하는 셈인데,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비영리재단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HL홀딩스는 비영리재단 법인을 설립해 47만여 주(약 161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기로 했다.

이는 총발행 주식의 약 4.76%이며, 보유 자사주의 84%에 달한다. 나머지 16%는 소각할 계획이다. HL홀딩스는 이를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주주는 HL홀딩스의 이 같은 일방적 결정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다. 결국 주주가치 훼손과 함께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삼호개발도 유사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어 이번 상황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 승인으로 진행된 이번 결정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액주주의 입장을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 상법 개정 서둘러…재계 반발 속 회사들 논란 결정

상법 개정의 조짐이 일부 시장에서 감지되면서, 몇몇 기업들이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서둘러 통과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소송 남발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한 찬반 공개 토론회를 재계 측에 제안한 상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현재 시장 최대 화두임에도 ▲두산밥캣 합병 ▲고려아연 유상증자 등 일련의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상법 손질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법률의 회색지대를 이용해 이런 사례가 문제 삼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들도 자사주의 공익법인 설립을 통해 대주주 경영권 보호를 쉽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L홀딩스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향후 방향에 대해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기관 주주의 회신 요청이 있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영구조와 지배권 남용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면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시민단체들도 “현행법에서 기업들이 편법적으로 승계를 진행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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