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CJ, 의혹만 가득한 CGV 유상증자

김상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8 11: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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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1조원 규모 자금 조달 계획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 출자 방식 의혹
◇정관 변경 등 오랜 준비...소액주주 기만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CJ CGV가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하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CJ와 CJ CGV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CJ 주주 입장에선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CGV에 또다시 수혈을 한다는 평가가, CJ CGV 주주 측면에서는 확충 규모만큼 큰 폭의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두 회사 모두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가 CJ 최대주주에게는 유리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가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물로, 현재 CJ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4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이다.

 

 

CJ CGV.


◇ CJ CGV 1조원 규모 자금 조달 계획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CJ가 지분 48.5% 보유하고 있는 CJ CGV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CJ CGV는 총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재가 기준 시가총액 5732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주주 CJ는 유상증자에 600억원 참여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약 4500억원을 현물출자한다.

이에 공시 후 이틀간 CJ CGV 주가는 27.6% 하락했으며, CJ 주가도 6.8% 하락했다.

CJ CGV가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는 것은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CJ그룹의 이번 결정은 CJ CGV의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료=신한투자증권

 

◇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 출자 방식 의혹

문제는 최대주주 CJ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현금은 조금만 투입하고 성장성이 낮은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는 데 있다.

CJ 입장에서는 자회사였던 CJ올리브네트웍스가 손자회사로 바뀔 뿐 현금 부담 없이 CJ CGV 자금 조달을 도우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현금을 투입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넘기고 그 대가로 신주를 취득하는 셈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도 문제로 지적된다.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는데,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CJ그룹이 창업주 일가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데 CJ올리브네트웍스가 핵심이 된 바 있어 이번 역시 승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오너 4세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발판 삼아 지주사 CJ의 지분을 확보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현물출자도 경영승계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씨(왼쪽)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담당 경영리더. (사진=연하뉴스, CJ)

 

◇ 정관 변경 등 오랜 준비...소액주주 기만

한편, CJ그룹이 기존 발행 주식 수를 넘어서는 증자를 추진하면서도 시장과 소통하지 않아 비판이 거센 가운데, 관련 정관을 일부 개정하는 등 오랜 시간 이번 계획을 준비해 왔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로 CJ CGV 발행 주식 총수는 4772만8537주에서 1억2242만8537주로 늘어난다. 기존 발행 주식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를 신주로 찍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3월 말 주주총회 당 '정관 일부 개정의 건'으로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1억주에서 2억주로 두 배 늘렸다.

또 기존 정관에서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지만,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바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면서도 그동안 시장과 소통하지 않아 주주들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특히 오랜시간 CJ 그룹 차원에서 준비해 온 계획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번 증자로 떨어진 CJ 지배구조 관련 신뢰도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상진 기자(ce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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