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형체 없는 시신에 소화기 달랑 1대…한화에어로 '안전불감증' 참사, 사과만 되풀이

문선정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3 19: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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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배다, 안에 사람 있다" 다급했던 119 신고…끝내 5명 참변
입사 3개월 차 20대 계약직 등 희생…시신 훼손 심각해 빈소조차 못 차려
243㎡ 화약 공정에 스프링클러·CCTV '전무'…대형 소화기 1대가 전부
2018·2019년 참사 겪고도 "수십 년 관행, 안일했다" 뒤늦은 반성에 공분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지난 1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는 기본적인 안전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대기업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위험천만한 화약을 다루는 공간임에도 화재를 진압할 핵심 설비인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폭발 위력에 희생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훼손됐다.

과거 연이은 사망 사고 이후에도 낡은 관행을 고수하다 벌어진 비극에 사측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면피용 사과'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026년 6월 1일자 [현장] ‘또 터졌다’ 한화에어로, 10년새 총 13명 폭발사고로 사망…’안전 불감증’ 도마 위 참고기사>

 

(사진=연합뉴스)


​◇ "선배가 안에 있어요" 절규…형체 잃은 시신에 빈소도 못 차려

​3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일 오전 10시 59분경 119상황실에는 "빨리 좀 와주세요. 지금 폭발했고 우리 선배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동료 작업자의 다급하고 절박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85건의 폭발 관련 신고가 빗발쳤으나, 간절한 외침에도 현장 작업자 7명 중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의 위력은 끔찍했다. 사망자 5명의 시신은 훼손 상태가 매우 심각해 육안으로는 신원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하면서 유족들은 사고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장례식장에 빈소조차 차리지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며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들의 면면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망자 중 2명은 올해 2월 26일 나란히 입사해 근무한 지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은 20대 비정규직(계약직) 청년들이었다.

나머지 3명은 20년 이상 화약을 취급해 온 50대 숙련공 2명과 30대 1명이다. 간신히 자력으로 대피한 20대 작업자 1명은 전신 2~3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위중한 상태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화약 다루는데 스프링클러·CCTV '전무'…소화기 1대가 전부

​참혹한 인명 피해에 반해 현장의 안전 대비태세는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유관기관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56동 세척 공실(연면적 243㎡) 내부에는 화재를 초기 진압할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사측은 화약을 취급하는 고위험 공정임에도 "건물 면적상 법적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넓은 공실 내부에 비치된 소방 안전시설은 '20kg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할 내부 폐쇄회로(CCTV) 역시 없었다. 사측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근로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내부에 설치할 수 없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

폭발성이 강한 화약 잔류물(추진제)을 다루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방재 설비나 모니터링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 참사 겪고도 "물 닿으면 안전한 줄"…관행 타령에 분통

​경영진의 위험성 평가 역시 턱없이 안일했다. 이번 폭발은 추진제가 묻은 공구를 석유계 용제와 물을 혼합해 세척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2026년 6월 2일자 김승연 한화 회장 "애통한 심정 가눌 길 없어"…대전공장 폭발 사고에 대국민 사과 참고기사>

이에 대해 사측은 "화약이 물에 들어가면 무력화되는 성질이라 위험성이 낮다고 임의로 판단했다"며 치명적인 오판을 실토했다. <2026년 6월 3일자 또 반복된 참사…한화에어로 유족들, 손재일 대표에 “구체적 경위·대피 과정 밝혀라” 참고기사>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 사측 관계자들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좀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타성과 관성에 젖어 수십 년 된 관행을 따라 운영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라며 사실상 안전불감증을 시인했다.

희생된 20대 계약직 청년들에 대한 사전 안전 교육이 충분했느냐는 질문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관리 부실에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한화 대전사업장의 대형 폭발 참사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8년(5명 사망)과 2019년(3명 사망)에도 이곳에서는 잇따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희생자가 났다.

당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 수백 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며 뼈저린 쇄신을 다짐했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소화기 1대뿐인 위험한 작업장으로 내몰렸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끔찍한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또다시 "관행이었다", "안일했다"며 앵무새처럼 되풀이되는 사과에 유족과 대중의 공분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64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합동 감식에 착수했으며, 사측의 업무상 과실 여부 등 철저한 원인 규명과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알파경제 문선정 기자(moonsj@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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