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키움증권, '최악의 전산장애' 이틀 연속 발생...다우기술 개발 'SOR 시스템' 논란까지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7 0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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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이틀 연속 시스템 장애…투자자 '분노'
자체 개발 SOR 시스템, 키움증권 '아킬레스건'으로
금융당국 검사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9년 연속 1위를 지켜온 키움증권이 연이틀 거래 시스템 장애를 겪으며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반복된 '먹통 사태'에 금융당국의 검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19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증권사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 키움증권, 이틀 연속 시스템 장애…투자자 '분노'

키움증권은 지난 3일과 4일 연속으로 개장 직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주문 체결 오류를 일으켰다.

첫 장애는 3일 오전 9시 5분경부터 발생해 약 1시간 동안 지속됐다. 투자자들은 주문이 '먹통'이 되거나 지연 체결되는 현상을 겪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던 중요한 시점이었다.

이후 4일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시스템 오류가 반복됐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진행되던 날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시장 환경에서 또다시 '먹통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매수 주문은 체결되지만 매도 주문은 처리되지 않거나, 주문 취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체결되는 등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코스닥 신규 상장주인 에이유브랜즈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해당 종목은 장 초반 80%가 넘게 상승하여 주가가 2만9150원까지 올랐으나, 키움증권 거래가 '먹통'된 시간대에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 주문을 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주가는 1만8050원으로 마감했고, 종목토론방에는 "매도가 안 되니 손실이 엄청나다", "매매가 안된다. 손해배상 청구해야 한다", "키움 왜이러냐 진짜 증구너사 옮겨야 하나", "키움 때문에 매수 취소 안 돼서 그대로 하락빔 다 맞았다. 욕 나온다" 등의 분노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키움증권의 시스템 장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시점에 연이어 발생한 장애는 대규모 주문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인 거래 시스템 안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사진=키움증권)


◇ 자체 개발 SOR 시스템, 키움증권 '아킬레스건'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키움증권이 이틀 연속 발생한 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문 폭주로 접속 서버에 병목현상이 발생했다"는 추측성 설명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최근 대체거래소(ATS) 출범에 대비해 자체 개발한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이 이번 장애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증권사들이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이 개발한 SOR 시스템을 사용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위해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 키움증권은 다우기술과 협력해 자체 SOR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복잡한 SOR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키움증권의 시스템 관리 역량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이번 장애가 한 달 사이 세 번째 발생한 전산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4일에도 실시간 조회 서비스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시스템 안정성은 온라인 거래에 특화된 키움증권의 핵심 경쟁력인데, 이러한 연속적인 장애는 '리테일 강자'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IT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스템 관리가 최악 수준에 달했다"고 혹평한다.

만 하루가 지나서도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은 내부 시스템 관리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금융감독원)


◇ 금융당국 검사 불가피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의 이틀 연속 주문 오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후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10분 이상 전산 업무 지연 시 금융사고로 분류하는데, 이번 키움증권의 오류는 1시간 가까이 지속되어 심각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크고 작은 전산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의 연속된 장애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키움증권은 피해 고객에 대해 별도 민원신청을 받아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상 기준에 따르면, 전산 및 전화기록이 있는 주문 건에 한해서만 보상이 가능하며, 주문내용에 대한 전산 및 전화기록 발생 시점의 주문가격과 장애복구 시점의 가격에 대한 차액을 보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 대책에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고객 게시판에는 이틀 연속 시스템 오류 발생 이후 수백 건의 분노한 글이 쏟아졌다. "이틀 연속 이게 뭡니까?", "구멍가게도 아니고", "전산장애 생길까봐 키움 거래 못하겠다", "다른 증권사로 갈아타자", "다시는 이용 안 한다" 등 격앙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애 발생 시점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같은 중대한 국가적 이슈가 있던 날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 (사진=연합뉴스)


◇ 키움증권, 심각한 결함으로 이미지 실추부터 논란까지

키움증권은 19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해왔으나, 이번 연속된 시스템 장애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 거래에 특화된 증권사로서 시스템 안정성은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인데, 이러한 핵심 역량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키움증권은 최근 시스템 오류 외에도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엄주성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 커뮤니티가 리딩방 같다는 외부 평가가 있다"고 발언해 경쟁사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해외주식 점유율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삼척블루파워 채권발행 단독 주관 관련 ESG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엄주성 대표는 취임 초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전환으로 기술 선도력을 확보하고 주식 의외의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이러한 약속이 공허한 말로 전락했다. 

 

오히려 기본적인 시스템 안정성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의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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