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돈 떨어진 SK하이닉스, 어쩔 수 없이 2조원대 교환사채 발행

김종효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22: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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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이 말라간다...1분기 적자 4조원대
◇삼성전자 감산 안하고 떨어지는 D램 가격...2중고
◇미국 빅테크마저 서버 교체주기 늘렸다...수요 감소
◇무디스, 신용전망 부정으로...목표주가 여전히 높아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SK하이닉스가 2조 규모의 교환사채(EB·Exchangeable Bond)를 발행한다.


EB와 전환 사채(CB·Convertible Bond)는 채권과 약정일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CB는 신주를 발행해서 채권자에게 넘겨주는 반면, EB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넘겨 준다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채무자에게는 보다 저렴한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귀결된다.

이번 EB로 인해서 SK하이닉스의 주가 희석률은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교환사채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SK하이닉스의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는 4일 -3.10% 하락한 8만4500원에 마감했다.

인공지능 공시분석프로램 <타키온>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197만여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EB를 발행한다고 3일 공시했다.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1조9745억원이며, 전환 가능 일자는 오는 5월 22일이다. 전환 가액은 11만원1180원이며, 표면 이자율은 연 1.75%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 돈줄이 말라간다...1분기 적자 4조원대

SK하이닉스는 현금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EB를 발행한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현금이 8000억원이 줄었다고 공시한 바 있다. 4분기부터 적자가 시작됐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희박하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에 적자가 4조원대로 추정한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매출액은 3조9600억원, 영업손실은 4조2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이라는 의미는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2분기 연속으로 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1분기 현금 유출로 2.5조원을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SK하이닉스에게 남아 있는 현금은 4.5조원으로 대폭 감소한다.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한 이재용 회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감산 안 하고 떨어지는 D램 가격...2중고

1분기 실적도 부정적인 이유는 반도체 가격은 하락해도, 1위 기업 삼성전자가 감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2위 기업이다.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1분기에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지난주 발표했다. 수요는 주는 데 감산이 예상보다 적기 때문이다.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첨단 기술 개발에서도 제일의 기업이지만, 원가 경쟁력에서도 탁월하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거부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과거 지금 같은 치킨 게임을 경쟁력 강화와 후발 주자를 도태시키는 수단으로 삼았다.

조호진 타카온월드 대표이사는 “경쟁자 도태 수단으로써 치킨게임은 D램 가격이 추락해도 삼성전자가 내심 즐기는 이유”라면서 “미래의 대형 수익을 꿈꾸면서 현재를 즐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사진=연합뉴스)

◇ 미국 빅테크마저 서버 교체주기 늘렸다...수요 감소

 

SK하이닉스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버의 큰 손인 미국의 빅테크들이 하나같이 서버 연한을 늘렸다는 사실이다.

과거 미국의 빅테크들은 3년 주기마다 서버를 교체했는데, 이제는 서버 교체 주기를 늘렸다.

교체 주기를 구글은 3년 반으로 늘렸다. 메타는 4년 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6년으로 늘렸다.

교체 주기를 늘렸다는 점은 SK하이닉스에게는 악재이다.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수요 감소로 적자를 기록하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설상가상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4년 만에 한국에 방문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다. (사진=기획재정부)

◇ 무디스, 신용전망 부정으로...목표주가 여전히 높아

이런 점을 고려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은 기존의 Baa2로 유지했지만,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내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높다.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로 NH투자증권은 11만7000원을, SK증권은 11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올해 수익률(YTD)은 SK하이닉스가 11.62%이고, 코스피가 11.45%이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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