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펄어비스, 단일 IP 의존도 한계 드러나…올해는 진짜 '붉은사막' 나올까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5-15 08: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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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손실 52억원 '적자전환'
'붉은사막', 5번째 연기로 2025년 4분기 출시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신작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펄어비스가 신작 부재와 '검은사막' IP의 자연 감소세로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출시 예정이었던 '붉은사막'은 벌써 5번째 연기 끝에 올해 4분기로 밀려나면서 실적 회복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 1분기 영업손실 52억원...단일 IP 의존도 한계 드러내

펄어비스는 14일 실적발표를 통해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36억원,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으며, 당기순이익은 96.1% 급감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2024년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98.9%나 하락하며 극심한 감소세를 보였다.

회사 측은 적자전환의 주요 원인으로 자회사 CCP게임즈의 신작 개발 비용 증가를 꼽았다. 당기순이익 급감은 투자회사 평가 이익 및 외환 관련 이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면적 설명 뒤에 숨은 근본적인 문제는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IP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와 신작 부재다.

펄어비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은사막'은 이미 성숙기를 지나 자연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에 신규 환상마 '볼타리온'과 협동 던전 '아토락시온' 업데이트를 실시했음에도 매출 하락을 막지 못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해외로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IP에 의존하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건비(490억원)는 전년 대비 5.2% 증가했고, 광고선전비(79억원)는 29.3% 늘어났지만, 이러한 비용 증가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컨퍼런스콜에서 김경만 CBO가 "'검은사막'과 다른 IP 매출 비중은 매분기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역설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음을 시사한다.
 

검은사막. (사진=펄어비스)

 

◇ '붉은사막', 5번째 연기로 2025년 4분기 출시

펄어비스의 미래를 좌우할 '붉은사막'은 당초 2021년 겨울 출시 예정이었으나, 이후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2021년 7월, 코로나19 영향과 개발 일정 조정을 이유로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이후, 2022년 3월에는 2023년 하반기 출시로 일정을 조정했다.

2022년 9월 주주총회에서는 "향후 2~3분기 내 출시 예정"이라고 공언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2023년에 출시 일정은 2024년으로 밀렸고, 2024년 초에는 "2024년 하반기" 출시를 언급했다.

결국 지난 12월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의 출시 시점을 2025년 4분기로 확정 발표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가 컨퍼런스 콜에서 "붉은사막은 현재 QA를 진행 중이며 출시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지만, 계속된 일정 번복으로 시장의 신뢰도는 이미 상당히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붉은사막'이 당초 MMORPG에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장르 자체가 변경됐다는 사실도 우려를 키웠다.

이는 게임의 핵심 시스템과 콘텐츠를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대규모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붉은사막' 출시 지연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 중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지목된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2025에서 이 엔진 시연을 진행했고, 고품격 그래픽과 물리효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발 기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보통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와 같은 검증된 상용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체 엔진 개발은 기술적 독립성과 차별화된 그래픽 구현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단점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속되는 개발 기간으로 인한 자금 소모다. 2021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로 투입된 금액은 상당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이제는 적자로 전환됐다.
 

지스타2024 '붉은사막' 시연장의 모습. (사진=알파경제)

 

◇ 6월 글로벌 게임쇼 새 빌드 공개 예정

펄어비스는 6월 글로벌 게임쇼 참가를 예고했고, 이 자리에서 '붉은사막'의 보스전이 아닌 신규 빌드로 시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가 향후 출시 일정 준수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영 CEO는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유저를 직접 만나 피드백과 리뷰를 받고 그들의 반응을 체감하며, 미디어의 다양한 평가 기사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을 수치화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미영 펄어비스 CFO는 "2025년에도 검은사막과 이브의 꾸준한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붉은사막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붉은사막'의 성공적인 출시가 1분기 적자를 기록한 펄어비스의 실적을 반등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IP의 자연 감소세와 신작 개발 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선 연말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의 흥행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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