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거수기' 이사회 개혁 강력 드라이브
우리금융 이사회 '대수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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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72%가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맞물려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KB·하나·우리금융 '이사회 의장' 동시 교체
4대 금융지주의 현재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의 임기가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이후 종료된다. 특히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이사회 의장이 동시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 지배구조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6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권선주 이사회 의장과 오규택 중앙대 교수는 최대 임기 5년을 채워 교체가 불가피하다.
하나금융은 9명 중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정원 신한DS 대표가 맡은 이사회 의장직도 공석이 된다. 이 의장은 최장 임기인 6년에 도달했다.
신한금융은 9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연임 제한에 걸리는 이사는 없다. 윤재원 의장도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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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
◇ 금융당국, '거수기' 이사회 개혁 강력 드라이브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대대적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장기 연임하면서 경영진과 유착 관계가 형성되고,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에서 최고경영자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사회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금융연수원, 5대 금융지주와 함께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권에서는 3월 주총을 앞두고 당국이 사외이사 쇄신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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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부당대출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우리금융 이사회 '대수술' 예고
우리금융은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이 예고됐다. 7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을 임기와 관계없이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금감원의 지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인수·합병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사외이사는 IMM PE를 제외한 4개 과점주주(한국투자증권, 유진PE, 푸본현대생명, 키움증권)가 각각 1명씩 추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대대적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외이사의 막중한 책임과 역할 때문에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군은 각각 100~200명 수준이지만, 상당수가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은 이사회 구성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만만찮다. 엄격한 자격 요건과 무거운 책임으로 인해 적합한 사외이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규모 교체보다는 제한적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는 이달 말 새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하고, 다음 달 26일 전후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